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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03. 2020

당신의 빚, 괜찮으십니까

손봉석, <빚, 정리의 기술> 독후감

 지난 5년간 내 인생의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빚'이었다. 학자금 대출과 함께 시작된 나의 빚 인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한의사가 되면 곧 갚으리라 생각했던 빚은 어찌 된 일인지 매달 그 이자를 내기도 버겁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머릿속에서 빚 생각이 떠날 날이 없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자나 깨나 빚 생각이다. 물론 그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 빚을 갚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니니까. 단지 빚을 모두 갚지 않는 한 그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릴 순 없다는 것이 괴로울 뿐이다.

 최근 어느 날은 빚 때문에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지금 빚도 많은데 월급 벌어서 갚으려면 10년은 걸릴 듯하고, 그렇다고 한의원을 차려 소득을 올리자니 한의원을 차리기 위한 빚이 또 생길 판이었다. 이래저래 생각해도 답은 없고 그러던 찰나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펴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

 빚은 생존의 문제이므로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크기를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집을 빚으로 샀다면 최악의 경우 주택 가격이 얼마가 되든 간에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빚이 적정한 것이다. - 본문 중

 강남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함에 따라 정부는 억제책을 내놓았고 그로 인해 현재 약간은 그 상승세가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그 상승의 기간 동안 많은 구입자가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30대라고 한다. 이들이 만약 20억에 강남 아파트를 샀다면 이들은 앞으로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10억의 대출을 받았다고 치면 연 3%의 이자만 내도 3천만 원으로, 한 달에 내는 이자가 250만 원이 된다. 대한민국 월급 노동자의 절반이 월 250도 못 받고 일한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남들은 월급을 통째로 바쳐도 못 낼 돈을 이자로만 지출하는 것이다.

 만약 이 빚을 갚는 중에 가족 중 누군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할까? 차가 고장이 난다면? 집의 TV가 고장 난 다면? 또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면? 답은 돈을 더 벌거나 소비를 줄이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돈을 더 버는 것도 이미 일정한 금액이 지출되던 소비를 줄이는 것도 어렵다. 거액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작은 돌멩이 하나가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런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진 빚이 장기간에 걸쳐 내가 지고 살아야 할 동반자라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나는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일은 절대 없기 때문에 과소비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10년간 고용이 안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불가피한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비상사태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다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자각하게 된 것이 나로서는 조금 충격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로 하여금 빚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부채의 위험성보다 투자의 성장성을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중략) 그러나 만약 부동산 경기가 나빠진다면? - 본문 중

 나도 빚으로 사실 투자를 한 게 있는데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그 시장이 나빠질 거란 생각을 신중하게 하지 않았었다. 늘 투자를 할 때는 좋은 뉴스만 보이고 희망만 가득 차게 된다. 금방이라도 돈을 벌어 부자가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시장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주식 관련해 좋아하는 책 중에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 내가 산 주식이 -20% 이상 떨어지는 걸 볼 확률이 30%가 넘는다고 했다. 분명 오를 거라 생각하고 3 종목을 매수하면 그중 1 종목은 무조건 20% 이상 떨어진다는 것이다. 경제에 대한 예측이 그만큼 어려운데, 나도 사람들도 너무 낙관적인 생각만 하고 부채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고서 인생이 바뀌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접 바꿔주는 책은 아니다. 만능열쇠 같은 능력은 없지만, 빚에 대해 기존의 태도를 재고시킨다는 점에서 이 책은 모든 채무자에게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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