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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l 06. 2020

나도 탄수화물 안 먹으면 배고프고 기분 나쁘다

 아침부터 힘이 없다. 뒤통수가 얼얼하게 아프고 조금 어지럽기까지 하다. 주말에 뭘 그리 무리하게 놀았나 생각해 보지만 별로 한 것도 없다. 어제는 심지어 낮잠을 두 시간이나 잤고, 자정이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 무엇을 했나 생각해보니 원인은 뻔해진다. 주말에 과식한 것을 보상하기 위해-나는 과식도 과로만큼 안 좋다고 생각하기에 몸에 휴식기를 준다- 아침에 닭가슴살 한 덩이만 먹고 나온 게 문제다. 탄수화물을 안 먹으니 기분이 나쁜 것이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항상 내게 묻는다. 넌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탄수화물을 참을 수 있냐고.

 내 대답은 항상 같다. 나도 탄수화물 좋아한다. 특히 탄수화물이랑 지방이랑 같이 있으면 환상적이게 맛있는 거 당연히 나도 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먹고 배 나온 내 모습이 더 싫어서 안 먹는 것 뿐이다.

 

 과식이 과로만큼 안 좋고, 지나친 탄수화물은 모든 면에서 건강을 해친다고 말하는 내게 어떤 사람은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기분도 나빠지고 의욕도 없어져서 생활의 모든 면이 안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것 역시 사실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식사에서 탄수화물을 거름으로 인해 내 위장은 어제 저녁 7시부터 오늘 점심 12시 30분까지 무려 17시간 30분 동안 쉴 시간을 갖는다. 더군다나 어제 섭취한 칼로리는 분명히 내 몸안에 남아있다. 기초대사량이 1,500kcal에 불과한데 어제 먹은 칼국수와 공기밥, 파운드 케이크와 치즈케이크, 돈까스와 모밀이 겨우 기초대사량 따위에 모두 소진되었을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참는다. 앞으로 2시간을 더 이 미묘하게 나쁜 기분 속에서 견뎌내면 점심은 더욱 맛있어지고 나는 성취감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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