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자전거 살 때 확인해야 할 것들
로드자전거를 처음 구입하려는 분들은 브랜드도 생소하지만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이름 뒤에 숫자는 뭔지 잘 모르는 게 많으실 거예요.
제가 처음 구입했던 메리다 레이스라이트903을 기준으로 설명해드릴게요. 찬찬히 따라오세요~!
이게 제 첫 로드자전거 메리다 레이스라이트903입니다.
만약에 중고나라에 매물을 올린다면 [메리다 레이스라이트903, 티아그라급 13년식 사이즈52 흰파 올순정]이렇게 제목이 붙을 텐데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고요?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오늘 이 글 하나로 완벽하게 이해해보세요!!

브랜드:메리다는 자전거 제조사 이름입니다. 대만에 공장을 둔 자전거 제조사로서 제조량으로는 자이언트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데요, 대량생산을 하는 만큼 가격이 낮아서 스펙 대비 가격이 좋은 편입니다.
다른 자전거 제조사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엄청나죠?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회사들이 자전거 제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제가 아는 건 자이언트, 메리다, 트리곤, 콜나고, 피나렐로, 데로사... 꽤 많네요. 한국에도 첼로와 엘파마 등의 회사가 보이시죠? 엘파마 에포카 시리즈와 첼로 케인 시리즈 역시 뛰어난 가성비로 인해 많은 자전거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품명:다시 돌아가서 '레이스라이트 903'을 보겠습니다. 이건 제품명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메리다 사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생산합니다. 요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리액토 시리즈와 스컬트라 시리즈가 있는데요, 리액토 시리즈는 에어로(공기 저항을 줄여 주행을 유리하게 함) 제품으로 유명하고 스컬트라 시리즈는 가성비가 좋아서 15년식 스컬트라 100 같은 경우에는 별명이 '허니버터 스컬트라'일 정도로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어마어마하죠?
브랜드와 제품을 살펴야 하는 이유는, 각 브랜드 별로 그리고 제품군 별로 특징이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이탈리아 피나렐로 같은 경우에는 포크가 휘어져 있는 게 특징이라던가 하는 것인데요 사실 그보다 각 브랜드의 전통적인 색깔(데코레이션, 줄여서 데칼이라고도 함)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색깔에 대해서는 뒤에 다룰게요.
구동계 등급:자전거 구동계의 등급은 스피커의 품질로 비교를 해볼까 합니다. 스피커가 만원짜리도 있고 수천만원짜리도 있잖아요. 스피커면 일단 다 소리는 나지만 그 음질은 확연하게 다르죠.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냥 소리만 제대로 나면 만족하고, 어떤 사람은 저음이 강해야 만족하고, 어떤 사람은 하이엔드가 아니면 쓰지 않습니다. 자전거 구동계도 마찬가지라서 자전거를 굴러가게 할 수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얼마나 부드러우냐, 기어가 얼마나 높으냐 하는 차이가 있어요.
로드자전거의 구동계 등급은 일반적으로 투어니-클라리스-소라-티아그라-105-울테그라-듀라에이스순으로 상향되는데요 동호인들 사이에서 가성비 최고로 일컬어지는 등급은 105급이고, 입문급으로 일컬어지는 등급은 소라급입니다. 일단은 앞변속기와 뒷변속기가 둘 다 105등급이면 '105급 자전거'라고 하고요, 거기다 브레이크까지 105등급이라면 '풀105급'이라고 해요. 이쯤에서 레이스라이트903의 제원표를 한 번 볼까요?
우리가 봐야 할 부분은 변속기와 브레이크인데요, 변속기는 시마노 티아그라 D와 시마노 티아그라 SS, 브레이크는 메리다 로드 콤프죠? 이 경우에는 변속기는 둘 다 티아그라이기 때문에 '티아그라급 자전거'가 되지만 브레이크는 티아그라급이 아니기 때문에 '풀티아그라급'이라고는 부르지 않습니다.
연식:자동차에 연식이 있는 것처럼 로드자전거를 제조연도를 반드시 표기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연식에 따른 감가상각을 고려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제조연도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부품이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같은 레이스라이트903이라도 13년식은 포크가 알루미늄이고, 14년식은 포크가 카본이라면 같은 가격일 경우 당연히 14년식을 구매해야겠죠?(참고로 자전거 재질에서 카본은 충격흡수에 뛰어나다고 해서 알루미늄보다 상급으로 취급한답니다.) 그래서 연식이 오래된 자전거는 새 제품이라도 이월 할인을 크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13년 초에 출시된 13년식 자전거를 14년 9월에 구매했는데 소비자가 125만원짜리 제품을 83만원에 구입(할인율 33%)했으니, 이월 할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사이즈:로드자전거가 일반 철티비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다양한 사이즈가 있다는 겁니다. 여러 사이즈를 생산하는 것이 일반 자전거보다 비싼 이유이기도 하고, 몸에 더 잘 맞아서 고속주행을 가능하게 해 주기도 하죠. 그런데 프레임 사이즈가 같은 M이라도 제조사마다 그 크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구입하려는 제조사의 사이즈표를 검색하거나 혹은 직접 타 보고 구입하는 게 좋습니다.
이건 메리다의 자전거 사이즈표입니다. 제 자전거는 '사이즈52'였던 거 기억하시죠? 로드자전거의 52 사이즈를 찾아보면 키 175에서 183cm 구간에 걸쳐있습니다. 제 키는 178cm이기 때문에 이 구간의 자전거를 사면 무난하게 몸에 맞습니다. 그런데 종종 팔다리가 키에 비해서 많이 길거나 짧은 분들은 이 사이즈가 안 맞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롱다리 분들은... 꼭 타 보고 사는 게 좋습니다.
자, 한 가지 중요한 것! 로드자전거 사이즈는 대충 보고 사거나 '자전건데 그냥 타도 되겠지' 하고 사시면 절대 안됩니다! 자기 키보다 너무 큰 자전거를 타면 슈퍼맨 같은 자세가 돼서 팔에 무리가 많이 가고, 자기 키보다 작은 자전거를 타면 허리를 너무 구부려야 해서 역시 무리가 갑니다. 오래 탈 경우 관절과 근육에 병이 생길 수 있으니 절대 이상한 사이즈의 자전거를 타지 마세요.
데칼(색깔):로드자전거가 고객맞춤형이라는 또 하나의 포인트! 바로 색깔입니다. 바로 앞에서 다양한 사이즈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거기에 색깔까지 다양하게 출시해서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켜줍니다.
레이스라이트903의 두 가지 버전입니다! 앞에 것은 편의상 '흰파'로 부르고, 뒤에 것은 '팀데칼'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앞에거야 흰색 파란색이니까 그렇다 치지만 뒤에 팀데칼은 무슨 말이냐고요? 그건 메리다가 후원하는 프로사이클링팀의 색깔로 자전거를 도색했다는 뜻입니다. 사진 한 번 보시죠.
이게 바로 메리다가 후원하는 람프레-메리다 팀의 모습입니다. 이 팀은 분홍색과 초록색, 파란색이 섞인 과감한 배색으로 유명한데요 이러한 프로팀의 복색을 자전거 프레임에 그대로 살린 것이 '팀데칼'버젼인 거죠. 프로사이클링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당연히 흰파보다는 팀데칼 버전을 선호하고, 그래서 보통 팀데칼 버전이 중고거래도 쉬운 편입니다.
튜닝여부:일반적으로 자동차만 튜닝을 한다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요즘은 자전거 튜닝도 굉장히 활발합니다. 자전거 튜닝은 엄청 많은 부분에서 이뤄질 수 있는데요, 핸들바의 바테이프 색깔을 바꿀 수도 있고 안장을 보다 편한 걸로 바꿀 수도 있고 타이어 색깔을 바꾸거나 페달 종류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출시된 완차 그대로 둔 것을 '순정'이라 하고, 바꾼 게 있을 경우에는 거래시 따로 표시해서 고지를 해 주는 게 좋습니다. 이를테면 "안장은 산마르코로 바꿨는데 그냥 순정 가격에 드립니다" 하는 식으로요. 가끔 다운그레이드를 하는 경우(구동계를 105에서 소라급으로 바꾼다던가)도 있으니 이 부분 역시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글이 꽤 길었죠?
하지만 로드자전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름 읽는 법부터 알아야하기 때문에 다소 길더라도 한 글 속에 다 정리해보았습니다. 여기 적은 것들은 정말 필수적인 것들이니 꼭 숙지하시고, 이것을 익히고나면 로드자전거를 보는 자신의 안목이 한층 높아졌음을, 그리고 자전거의 세계를 더 즐겁게 볼 수 있음을 느끼실 거예요.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