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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20. 2022

어린이집에는 운동장이 없다

 폐업 후 거의 집에 있다 보니 동네 동정을 좀 더 잘 알게 됐다. 아무래도 5월이니까 그렇겠지만 새벽 5시면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하고, 9시 즈음엔 등교하는 아이들 소리로 왁자하다.

 눈에 띄는 건 어린이공원의 이용객 수다. 일할 때는 9시 전에 출근했다가 7시 넘어 돌아와서 몰랐는데, 집 앞의 어린이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주로 오전 9시쯤부터 동네 어르신들이 나와 벤치에 앉기 시작하고, 11시쯤이면 어린이집을 다녀온 것인지 어디서 나타난 건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몰려온다.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어린이집이면 주로 하루 종일 돌볼 테니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더 어린아이들인가 보다. 아무튼 그 아이들은 엄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 하나뿐인 미끄럼틀(그나마 좀 크긴 하다)과 그네를 가지고 세상 다 가진 듯 좋아하며 신나게 논다. 나는 창문을 열어놓고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데, 직접 보지 않고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들과 엄마들이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사실 전에는 이 공원이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빌라촌이다 보니 주차난이 워낙 심각해서 평일 저녁 7시 이후에는 거의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인데, 때문에 공원보다도 주차장이 더욱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완전히 내 입장(어른 입장)만 고려한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따지고 보면 초등학교야 운동장이 있지만 영유아를 돌보는 어린이집에는 운동장이 없다. 아이들은 활동적인 강아지보다도 더욱 기운이 넘치고 뛰어다니며 놀길 좋아한다. 집이 운동장만큼 크지 않고서야 이렇게 빌라촌에 마련된 소소한 어린이공원조차도 보호자들에게는 크나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오후 3시쯤이면 하교한 초등학생 무리가 몰려 자전거도 타고 흙도 만지고 저희들끼리 별의별 놀이를 다 하다가 5시쯤이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 자리는 다음날 아침까지 오직 길냥이와 새들만을 위해 열려있다. 아마 늦은 시간 퇴근해 주차 자리를 찾는 우리 동네의 또 다른 주민은 나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아, 공원 말고 차라리 주차장이 있었으면!'

 하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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