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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24. 2022

잠이 오지 않는 밤

새벽 5시에 깨어있는 건 낚시에 가기 위한 날 말고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어느 날의 새벽 5시에 깨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왜 잠이 오지 않는 것일까.

최근 자려고 누웠을 때 잡다한 생각들로 인해 잠이 들지 않을 때 유튜브에서 우주 다큐를 검색해 절로 잠들게 한다는 영상을 보곤 했었다. 실제로 채 30분이 지나기도 전에 다큐를 듣다 잠들곤 했다. 나는 원래 주변에서 소리가 나면 잠들지 못하는 예민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오늘은 새벽 1시에 그 영상을 틀었고 새벽 2시 반에 90분의 다큐멘터리가 끝났을 때, 나는 마치 대낮처럼 명료한 정신으로, 그리고 불쾌한 기분으로 영상 종료를 눌러야 했다.


수면은 내가 환자를 볼 때 항상 체크하는 것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그 패턴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내가 평소와 달랐던 점이라면 낮에 마황(Ephedra sinica)이 포함된 탕약을 3포 먹었다는 것.

그건 계절이 바뀔 때 찾아오는 비염 때문인데, 이번엔 유독 증상이 심해 목요일 저녁에 1포를 먹었고, 금요일에는 아침 점심 저녁에 1포씩 도합 3포를 복용했다.

마황에는 각성 작용이 있으므로 그러려니 할 수도 있으나 목요일 저녁에 1포를 먹은 것도 저녁 시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각성을 발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요일 밤에는 11시부터 6시까지 숙면을 취했다.

이로 인해 복용 시간을 불문하고 하루 1포는 괜찮으나 3포는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혹은 최근 금리 인상과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는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이 오늘 불면의 원인일 수도 있다.

다행히 지금은 대출이 없는 상황이지만 다음 주면 인생 처음으로 주택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하며, 그에 대한 원리금 부담이 내가 부정하는, 혹은 인지하지 못하는 마음 깊은 곳의 불안을 유발해 잠들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서 집 앞 공원에 나가봤다. 오리온자리가 선명하게 빛나고,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벤치에 앉아 있어 금방 자리를 비켰다.

회사 복장으로 보이는 조끼를 걸친 중년 남성이 차에 시동을 건 후 담배 한 대를 피고서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연인은 벤치에서 일어나 공원을 떠났다.

숨을 뱉을 때 옅지만 입김이 보이는 날씨가 되었다. 공기는 맑아졌고, 이제 곧 가을이 깊어지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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