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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26. 2022

매일 밥 먹고 설거지하는 것 만한 수양도 드물다

예전에 잡아온 참돔을 냉동실에 얼려뒀다가 구워 먹으려고 이틀 정도 냉장실에서 녹였다. 굽기가 귀찮았지만 더 뒀다간 다시 얼릴 수도 없고 괜히 귀한 생명을 버리게 될 것 같아 저녁으로 구웠다. 어제 잡은 참돔의 필렛은 얇고 넓게 썬 뒤 부침가루를 묻혀 전으로 부쳤다.

오직 참돔만 반찬으로 둔 호화 식사를 끝내고서 그릇을 챙겨보니 간장종지, 파김치, 전 올린 그릇, 구이 올린 그릇에 밥그릇까지 해서 5개나 된다. 부엌에는 필렛을 뜰 때 쓴 도마와 칼이 있고, 기름 둘러 구워낸 프라이팬도 닦아야 했다. 이렇듯 집에서 밥을 먹고 치운다는 건 생각보다 성가신 일이다. 자취하면서 집에서 밥을 주로 해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마음을 알 것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것, 먹는 것, 치우는 것 모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저 귀찮기만 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효율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이 컵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선택하는 것도 그게 덜 귀찮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그 의미를 따져보거나 혹은 의미를 부여하면 식사시간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이 일련의 과정을 하나의 수행처럼 생각한다. 모두 귀찮게 생각하면 귀찮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걸 매일 반복해서 한다는 것은 수행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장소가 교회든 절이든, 수행에 사실 무슨 생산적 의미가 있겠는가.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한 행위가 수행이며, 마음을 다스림은 곧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받아들이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기에 세상을 다스리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등 쓸모없는 행위가 어떤 사람에게는 스스로를 강화하고 나아가 세상을 더 낫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밥 먹고 설거지하는 일도 마음을 다해하면 그렇다. 매일 찾아오는 귀찮음을 이겨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매일 반복해서 하다 보면 어느새 참을성이 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가지 수행과 달리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점이 있다면, 설거지를 다 하고 나서 즉각적으로 뿌듯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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