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7시 15분이 되자 전화가 왔다. 매일 이 시간에 출근하는 61** 차주다. 3층에 살지만 몇 호인지는 모른다. 61**은 저녁 6시 30분쯤이면 퇴근하고, 아침 7시 20분 전에 출근한다. 나는 저녁 6시 40분쯤이면 퇴근하고, 아침 7시 30분쯤 출근한다. 그러니까 내가 늦게 들어오고 늦게 나가는데, 차는 61**이 먼저 안쪽에 대기 때문에 내가 매번 빼주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은 빌라촌에선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빌라에는 필로티가 있어 이중주차를 합하면 총 4대를 댈 수 있는데, 도로 빼곤 모조리 빌라와 연립주택인 우리 동네에서 필로티 공간이 있는 건물조차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딱 차 한 대 지나다닐 공간 말고는 도로의 모든 공간을 주차장으로 점유하는 곳, 그곳이 빌라촌이다.
61**과 나를 포함해 우리 빌라에는 차를 자주 대는 사람이 5명 있다. 검은색 스파크 05**, 검은색 에쿠스, 컬리 배송을 하는 트럭까지 합해 5명인데 주차공간은 4자리다. 그러니 항상 한 사람은 주변 도로에 대거나 운이 없으면 아주 멀리까지 가서 주차를 하고 걸어와야 한다. 처음에는 이런 협소한 주차공간이 아쉬웠지만 요즘에는 앞서 말했듯 이런 공간이라도 있는 것에 감사하고 산다. 이 공간이 없었더라면 정말 매일매일 주차할 곳을 찾아 10~20분씩 동네를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녀야 했을 테니까.
그런 와중에 또 한 가지 비보(悲報)가 있었는데 우리 집 옆에 있던 나눔 주차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새로운 빌라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10월 한 달 동안 주차장에서 차들을 차차 내보내고서 11월쯤 공사를 시작했는데, 공사현장 안내문을 보니 이렇게 되어있다.
지상 5층, 지하 0층
아, 신이시여. 이 빌라촌에 또다시 주차공간 하나 없는 빌라를 보태시다니. 나눔 주차장의 30대 공간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최소 10대의 차를 더 보태겠다니 말이 됩니까?
내년 여름쯤 이 빌라가 완공될 때쯤엔 정말이지 아무리 낡았더라도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것을 고려해 봐야겠다. 지금의 지옥도 충분히 뜨거운데 용암을 더 보태겠다고 하니 참아주기가 어렵다. 신이 있다면 이 세상의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주시고 덤으로 빌라촌에 개별 주차장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