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빌라왕의 죽음이 사회적 이슈가 되더니 급기야 언론에서 발전된 내용이 보도되었다. 3명의 빌라왕이 사망했는데 한 빌라의 16칸 중 빌라왕 2명이서 각각 5칸, 10칸을 매수한 사례가 있는 등, 조직적인 범죄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대 여성이 빌라 수십 채를 매수할 생각을 하는 것부터 이상하지만, 심지어 갑작스러운 자살을 했다? 그리고 이들 세 명이 빌라를 집중매수한 것이 2021년 7월경이라고 하는데 겨우 1년 반 만에 셋 다 죽었다? 정상적인 죽음이라고 보기엔 너무 수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빌라왕을 검색하다가 한 블로그를 발견했다. 포스팅마다 '좋아요'가 1천 개 가까이 달리는, 옛날 말로 하자면 파워블로거인데 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소신과 기록을 남기는 블로그인 듯했다. 나는 부동산 투자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장난감을 접한 아이처럼 흥미롭게 포스팅을 읽어나가다 한 부분에서 눈길이 멎었다.
이 블로거는 빌라왕이 구속된 사건을 언급하며 그가 사기꾼이 아니라 피해자라고 했다.
어째서 빌라왕이 사기꾼이 아니라 피해자인가?
이에 대한 그의 주장은 종부세가 기존대로였다면 현금 흐름이 잘 맞춰져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정부가 종부세를 급격하게 올리는 바람에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고 그로 인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했으며 그것이 사기죄로 고발당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의 생각이 옳지는 않다고 본다.
부동산을 1-2채가 아니라 10채 이상 보유하는 행위는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보유한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투자가 아니다. 경마를 하면 딸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다. 100만 원 가진 사람이 100만 원으로 경마를 하는 건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도박과 투자는 다르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년간 주식을 해 본 내 경험상 투자와 도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100만 원 가진 사람이 빚을 내 1억으로 경마를 한다면 그때는 투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실패했을 때 자기가 갚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서 주변 사람 혹은 사회에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빌라왕이 한 행위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투자한 돈만 잃으면 누가 뭐라고 할까. 하지만 빌라왕은 당장 빌라나 아파트를 매수할 돈이 없는, 조금이라도 주거비를 절약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빌라를 수십 수백 채 매수해 자신의 자산을 단시간에 불리려고 했고 그러다 정책적인 역풍을 맞아 한순간에 무너지며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본인의 의도는 사기가 아니라 '자산증식'이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허공에 날려버렸다면 그 피해에 대해 마땅히 보상을 하거나 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실은 이러한 주장을 하는 블로거를 보고서 상당히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다주택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