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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02. 2024

도자기 마을과 예술

 며칠 전 이천의 도자기 마을에 다녀왔다. 예전에도 한두 번 지나간 적은 있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시간을 들여 도자기 구경을 해보고 싶어 찾아갔다.

 평소에 밥을 먹을 때 어떤 그릇을 쓰는지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눈에 띄는 대로, 값싸고 막 다뤄도 되는 그릇을 위주로 사다 보니 집에 있는 식기들도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그런데 도자기를 구경하러 간 것은 호기심이 생겨서다. 도자기 그릇은 얼마인지, 왜 그 값을 주고 사는지.

 본격적인 도자기 마을 구경을 하기 전에 광주요에 들렀다. 커피 한 잔 마실 겸, 야외의 정원을 이용하고 싶어서 간 곳인데 뜻밖에도 광주요가 우리가 종종 마시는 증류주인 '화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업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도자기 - 그릇 - 음식 - 주류의 순서로 영역이 확장된 모양이었다. 광주요에서 운영하는 식당도 두 곳이나 있는 듯했다. 크게 돈 될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던 도자기 사업인데 증류주 사업과 연결 지어 생각하니 새삼 달라 보였다. 

 도자기 마을에선 여러 가게에 들렀다. 가게라고 해얄 지 공방이라고 해얄 지, 대개는 두 가지 역할을 겸하는 곳이 많아 보였다. 뜻밖에도 중년 이상의 방문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대부분 30대 정도의 젊은이들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신혼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아마 함께 하는 미래를 계획하며 오래오래 쓸 예쁜 그릇을 장만하러 온 모양이었다. 대개 남자들은 딴생각을 하고 있고 여자들이 열심히 비슷비슷해 보이는 도자기들을 비교해 가며 골랐지만,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여러 공방을 들러보니 도자기도 분명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방마다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어떤 곳은 잔만 수백 가지를 만들어 진열해 놓았다. 술꾼들이라면 아마 그 공방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떤 곳은 작가가 바다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한낮 바다의 윤슬을 표현한 도자기도 있었고, 문어를 그려놓거나 심지어 복어의 모양을 본떠 만든 종지도 있었다. 복어 모양 종지를 하나 샀는데 어디서 쉽게 살 수 있는 물건도 아닌 것 같고, 나 역시 바다와 낚시를 좋아하는 지라 그 공방의 물건들이 대개 마음에 들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흰색, 하늘색, 파란색 세 가지 색깔만 볼 수 있었다. 딱 세 가지 색깔의 도자기로 가득 찬 공방은 다른 어느 곳보다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또 소나무를 그린 도자기를 중심으로 하는 공방도 있었는데 컵 하나에 8만 원이 넘을 정도로 가격은 만만치 않았지만, 그림의 수준과 도자기에 그려내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비싸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사실 음식을 담는 '용도'에만 집중하면 특별히 비싼 그릇을 살 필요는 없다. 도자기 역시 마찬가지라서 도자기에 담는다고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놀라운 기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자기에는 하나하나 작가의 개성이 담긴다. 예술과 생활이 어우러지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도자기 그릇을 모으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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