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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실패하지 않는 방법

by 유송
OOO님, 어제는 식단 잘하셨나요? 오늘 체중은 몇이에요?


아침마다 제가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이 짧은 문장을 통해 많은 다이어트 환자분들은 스스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하루의 식욕과 싸워낼 힘을 얻습니다.


비만 환자를 오랫동안 진료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원래 체중이 잘 늘지 않는 체질이라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어려워하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습니다.

‘안 먹으면 빠질 텐데, 왜 자꾸 먹으면서 힘들다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던 제가, 한 번 15kg가량 체중이 늘어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살이 찌면 찔수록 신기하게도 더 먹고 싶어집니다. 나중에 보니, 이 현상을 설명한 다큐멘터리도 있더군요. 지방세포가 늘어날수록 뇌는 더욱 강하게 음식, 특히 단맛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몸에 충분히 저장했으니 줄여야 할 것 같지만, 인간의 몸은 여전히 원시 환경에 맞춰 설계된 탓에 오히려 더 많은 섭취를 유도하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병원을 찾아오시는 그 순간이 참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체중 감량을 넘어선 ‘삶의 변화’를 선택하신 거니까요. 그게 설령 살이 아니라 다른 문제라 해도, 예컨대 “이젠 게임을 끊겠다”거나 “음주를 그만두겠다”는 다짐이라고 생각해 보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인간에게 즉각적인 만족을 안겨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습관을 정면으로 마주해 끊어낸다는 건 상상보다 훨씬 큰 의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늘 느낍니다. 수면욕과 식욕은 인간 본성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본능이라는 것을요.


가끔 환자분께 이렇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얼마 주면 살 빼실래요? 500만 원이면 가능하시겠어요?”

농담처럼 던지는 질문이지만, 그 속에는 중요한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만큼 절실하신지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돈의 액수를 높일수록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결국 ‘먹고 싶은 마음’과 ‘상금을 갖고 싶은 마음’ 사이의 줄다리기인 셈이죠. 경도비만인 경우엔 100만 원만 걸어도 체중 감량이 수월하게 일어나는 반면, 고도비만의 경우엔 그 금액으로는 마음조차 흔들리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내 안의 욕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내가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고 있는지를 직시하는 일입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떤 조건에 놓여 있는지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내 몸은 이미 영양이 과잉된 상태구나.’

‘그동안 꼭 필요한 것도 아닌 음식들을 습관처럼 먹어왔구나.’

이처럼 스스로를 돌아보고 인정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변화는 시작됩니다. 식사 습관이 조금씩 정돈되고, 체중도 더 이상 늘지 않으며, 결국엔 감량이 시작되지요. 일단 이 변화를 한 번 제대로 경험하면, 다시 예전처럼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일은 드뭅니다. 그것이 바로 ‘요요 없는 다이어트’의 출발점입니다.

외부 보상으로 움직이는 다이어트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상금 때문에 살을 뺐다면, 상금이 사라지는 순간 다시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 안에서 이유를 찾고, 스스로 납득하며 감량에 성공했다면, 그 결과는 훨씬 더 단단하고 오래갑니다. 진정한 변화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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