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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이 내 살 같지 않아요

협착증, 1개월의 치료 기록

by 유송

한의원을 하다 보면 디스크와 협착증으로 오는 분이 많으십니다. 공통점이라면 대부분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다녀오셨고, 영상의학과에서 사진도 찍어서 어느 부위 문제인지 알고 오신다는 거죠. 호소하는 증상은 목의 문제인 경우는 손가락 저림이 많고, 허리의 문제인 경우는 발가락 저림이 많은데 때로는 저리기보다 내 살 같지 않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컨디션이 안 좋거나 너무 오래 운전을 하다 보면 목에 무리가 와서 손이 무겁고 살짝 저린 느낌이 올 때도 있습니다만, 협착증 환자들이 겪는 저림은 그런 수준이 아닌 듯합니다. 이번에 오신 60대 중반 여성분은 걷다가 허리, 다리 통증이 너무 심하게 와서 길에서 울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얼마나 아프면 다 큰 성인이 길 한가운데서 엉엉 울었을까, 그 상황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형외과에서 주사치료를 10회 이상 받고 아무런 효과를 못 봤다고 오셨는데, 일단 제가 최선을 다해 치료해 보겠다 말씀을 드리고 죽염약침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죽염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이온을 공급해 주면서 산성화 된 조직을 개선시킬 수 있기에 신경통이 심한 경우에 자주 쓰고 있습니다.


엄지발가락부터 셋째 발가락까지가 주된 문제인데 해당 부위는 L4-S1 신경근이 지배하는 영역입니다. 또 바깥쪽 복숭아뼈가 아프다고도 하셨는데 그건 S1-2의 영역이고요. 결국에는 L4부터 S2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신경의 염증이 발생한 걸로 보여 해당 부위를 모두 치료했습니다.


처음 세 번 만에 발가락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 같다고 하시던 환자분은 열 번 치료 후에는 완전히 감각이 돌아왔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걸을 때 내 발 같지가 않아서 무척 불편했는데 너무 좋다고 감격하시는 얼굴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고 감사했네요. 디스크든 협착증이든 한두 번 치료 안에는 좋아지기가 어려워서 최소 일주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데, 환자분이 의사를 믿어주시지 않으면 그 정도 기간을 치료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분은 한 달 동안 14회의 치료를 받고 거의 다 나아져서, 원래는 5분도 걷기 힘들어하셨는데 1시간도 거뜬하게 걷는 몸이 되셨습니다. 그 후 언니와 여동생까지 소개해주셔서 세 자매가 함께 대기실에 앉아 계시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혹시 디스크와 협착증 때문에 수술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한의원도 한 번 와보세요. 정말 안 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면 최선의 치료를 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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