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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가 못 한 일, 한약이 한 일

by 유송

어느 날 진료실을 찾은 환자는 아직 젊은 30대 남성이었습니다.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원장님, 사실 발기력이 너무 떨어져서요. 비아그라도, 시알리스도 먹어봤는데 소용이 없습니다.”
목소리에는 절박함과 동시에, 쉽게 말하기 힘들었던 고민을 털어놓는 듯한 안도가 묻어 있었습니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약물은 혈관을 순간적으로 확장시켜 음경으로 가는 혈류를 강제로 증가시킵니다. 하지만 그 기전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단순히 혈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혈액순환 저하, 호르몬 불균형, 혹은 자율신경계의 기능 저하가 근본 원인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뿌리를 바로잡지 못한 채 표면만 억지로 밀어붙이니, 약효가 없거나 일시적인 효과로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남성 보양의 시장이 상당히 컸습니다. 다양한 보양식과 한약재가 활발히 쓰였지요. 그런데 비아그라가 등장한 이후로 그 시장은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약을 한 알만 먹어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니, 많은 이들이 그것에 의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비아그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서, 다시금 한약의 자리가 분명해졌습니다. 그럴 때 대책이 되는 것은 결국 한약뿐입니다. 몸의 뿌리를 바로잡는 치료는 한의학만이 줄 수 있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맥과 체질을 살피고, 전신의 기혈순환을 개선하면서도 남성 호르몬의 생리적 분비와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한약을 구성했습니다. 무엇보다 국소 부위에만 혈액이 몰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에너지를 북돋아 전신의 활력이 회복되도록 하는 처방이었습니다.


그는 한 달 정도 지나면서부터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기운이 다릅니다. 컨디션이 좋아지니까 자신감도 붙네요.” 그렇게 말하며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다섯 달째 꾸준히 복용 중이고, 처음에 느꼈던 답답한 증상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사실 이 사례는 30대였지만, 40대와 50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자주 합니다. 한 번 이 약을 접한 환자들이 이후에도 계속 찾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순히 발기력 회복만이 아니라, 전신 컨디션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이 가볍고, 피로가 줄고, 활력이 되살아나는 경험은 단순한 성기능 개선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한 달 비용이 몇십만 원 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약물도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서양의 약물은 음부 쪽 혈류에만 집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두통이나 안면 홍조, 시야 흐림 같은 부작용을 흔히 일으킵니다. 반면 한약은 전신의 균형을 바로잡아 주므로 부작용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평소 삶의 활력을 끌어올려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약을 먹는 동안 몸 전체가 좋아진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이 젊은 환자의 사례는 단순히 성 기능 회복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신감을 되찾고, 몸의 중심이 회복되고,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가는 힘을 얻는 과정이었습니다. 같은 남자로서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고 나면, 저 역시 말로 다 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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