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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고관절통증도 죽염약침으로 거뜬

by 유송


한 어르신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의자까지 오시는 짧은 걸음에도 표정이 굳어 있었지요. “원장님, 차에서 내릴 때 다리를 앞으로 쭉 뻗는 순간에 번개처럼 아파요. 양반다리도 도저히 못 하겠고요.” 평소엔 참고 걷지만, 어느 각도만 되면 숨이 멎는 듯한 통증이 온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한 주는 침 치료로 시작했습니다. 굽은 골반과 단단히 뭉친 둔부‧장요근 라인을 차근차근 풀어보자고 말씀드렸지요.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조금 낫긴 한데, 차에서 내릴 땐 여전히 번쩍 아파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죽염약침 치료를 권했습니다.


그날 어르신은 조심스레 덧붙이셨습니다. “혹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아닐까요? 인터넷을 보니 무섭더라고요.” 저는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무혈성 괴사는 고관절 머리(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가 약해지는 병입니다. 대표적인 위험인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복용, 잦은 음주, 큰 외상이고요. 일단 아버님은 스테로이드, 음주, 외상 모두 해당 사항이 없으세요. 그리고 통증은 서혜부 깊숙한 곳에서 ‘짓누르는’ 느낌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밤에도 쑤시듯 아픈 야간통이 흔합니다. 진단은 엑스레이로 보기도 하지만, 초기라면 MRI가 가장 정확합니다. 오늘 검사상(이학적 검사)으로는 강한 기능 제한이 없고, 특정 각도일 때 국소 점액낭·힘줄 부착부에서 통증이 재현됩니다. 이는 괴사성 병변보다는 장요근/둔근 라인의 과긴장, 고관절 충돌/점액낭 자극과 같은 연부조직 통증 양상에 가깝습니다.”


어르신의 얼굴이 조금 풀렸습니다. “MRI가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고, 경과를 보며 필요하면 촬영을 권하겠습니다. 지금은 염증과 긴장을 적극적으로 가라앉혀 보지요.” 그렇게 말씀드리며 안심을 도와드렸습니다.


죽염약침은 소금을 구워 미네랄과 알칼리성을 응축한 뒤, 약침제로 정제해 염증과 부종이 고인 부위에 미세하게 주입하는 방법입니다. 단순히 ‘진통’보다는 미네랄을 공급해 주고, 끈적해진 주변 미세순환을 가볍게 만들어 관절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데 장점이 있습니다.


약침을 시작한 첫 주, 변화가 바로 느껴졌습니다. “원장님, 차에서 내릴 때 숨이 막히던 그 통증이 절반은 줄었어요.” 둘째 주에는 “계단 내려올 때 발을 뻗는 동작이 덜 겁납니다. 양반다리도 잠깐은 가능해졌어요.” 셋째 주에 접어들자 표정이 확 달라졌습니다. “이젠 시장을 한 바퀴 돌아도 예전처럼 퍼지지 않아요.” 통증 강도뿐 아니라 통증이 “번쩍” 치고 올라오는 그 순간 자체가 점점 사라졌습니다. 매일 눈에 띄게 좋아지는 곡선을 함께 확인하는 시간은 환자에게도, 제게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고관절은 몸의 중심부 관절이라, 통증이 삶 전반을 붙잡아 내립니다. 차문을 열고 한 발 내딛는 사소한 동작 하나가 ‘두려움’이 되면, 바깥나들이와 사람 만나는 일도 줄어듭니다. 이 어르신의 경우, 침 치료로 바탕을 풀고, 죽염약침으로 국소 염증과 긴장을 빠르게 눌러주면서 움직임의 ‘겁’을 먼저 걷어냈고, 그 뒤로 근육 밸런스가 차분히 회복되자 통증의 기억도 함께 옅어졌습니다.


오래된 통증이라서, 나이라서, X-ray에 크게 안 보이니 별수 없다고 체념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원인을 차분히 가려내고, 몸이 받아들이는 속도에 맞춰 치료의 강도를 조절하면 길은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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