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의 한 여성 환자분이 진료실을 찾으셨습니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며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 5년 전에 안면마비를 앓고 난 뒤로 몸 절반이 늘 시리고 감각이 무딘 채로 살고 있어요.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예전 같지가 않네요.”
말씀을 듣는 동안에도 환자분은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자신의 팔과 다리를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듯한 감각, 남들은 보이지 않는 불편을 본인만이 매일 짊어지고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증상을 단순한 후유증이 아니라, 전신의 기혈이 크게 손상되고 흐름이 멈춰버린 결과라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한 약이나 일시적인 치료로는 호전이 어려울 만큼 깊은 손상이 몸에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저 역시 비용이 부담스러워 적극적 치료를 권해드리기가 망설여졌습니다. 몇 달간 치료를 이어가려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갈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성분을 이용한 치료 외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깊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환자분께 가장 좋은 치료를 권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의사로서의 제 책임이었습니다.
저는 환자분께 공진단과 맞춤형 보약을 권했습니다. 공진단은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귀한 처방으로, 원기를 크게 보강하고 뇌와 신경의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는 약입니다. 보약과 함께 병행하면 몸의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힘을 되찾을 수 있지요. 환자분은 잠시 망설이시다가, 결국 제 권유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대로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니, 한번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그 말속에는 오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절실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4개월 동안 환자분은 공진단과 보약을 성실히 복용하셨습니다. 치료비로 약 1,000만 원이 들었지만, 변화는 분명했습니다. 두 달이 지나자 얼어붙은 듯하던 팔과 다리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세 달째에는 감각이 살아나는 것이 본인 스스로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네 달째가 되었을 때, 환자분은 거의 완치에 가까운 회복을 경험하셨습니다.
사실은 저도 놀랐습니다. 오랜 세월 몸의 절반을 지배하던 불편이 이렇게까지 풀릴 줄은 예상보다 더 큰 변화였습니다. 4개월이라는 시간과 천만 원이라는 비용을 기꺼이 투자한 환자분에게 눈에 띄는 변화를 선물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와 감사가 마음 깊이 밀려왔습니다. 치료자로서 ‘내가 올바른 선택을 했구나’ 하는 확신과 함께, 그분의 웃음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웃음을 보며 다시금 느꼈습니다. 질병과 후유증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병리적 현상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삶을 갉아먹습니다. 그 시간을 되돌려 주는 것이 치료자의 사명입니다. 이 환자분의 사례는 치료비와 시간이 적지 않게 들었지만, 수년간 얼어붙어 있던 삶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결과였습니다.
오늘도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저는 다짐합니다. 회복 불가능해 보이는 순간에도 희망은 있고,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 드리는 일이 제가 맡은 길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