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씨앗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by 유송

처음 한의원을 열었을 때, 저는 매일같이 시계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문을 열어두었는데도 환자가 오지 않는 날이면, 마음이 괜히 허전하고 불안했습니다. ‘왜 빨리 환자가 늘지 않을까? 다른 곳은 금세 자리를 잡았다는데…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처음 자기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초조함이었습니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도 매일 땅을 들춰 보며 ‘왜 싹이 나지 않지?’ 하고 걱정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환자 수가 쌓이는 데에도, 신뢰가 형성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한데, 그 사실을 그때의 저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무렵 저는 친한 선배 한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조심스레 제 불안을 털어놓았습니다. 선배는 잠시 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웃으며 말했습니다.
“누구나 그래. 나도 개원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가끔은 아직도 불안할 때가 있어. 하지만 괜히 초조해할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며 애태우는 게 아니라, 오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거야.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자리가 잡히게 돼.”
그 말은 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 후로 저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더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다시 찾아오고, 또 그분들이 지인에게 제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마치 봄비를 맞은 땅에서 한꺼번에 새싹이 올라오듯, 어느 순간 환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환자 수는 단순히 ‘광고’나 ‘기술’로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란 토양 위에 ‘신뢰’라는 씨앗이 자라나면서 쌓이는 것임을.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그 시간을 견디는 마음이야말로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산이라는 것을요.


환자가 많아지면 초심을 잃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겠다고 오늘도 다짐합니다. 씨앗을 뿌린 뒤에는 조용히 땅을 덮고 기다려야 한다는, 너무나 단순하지만 몸으로 배우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진리를, 저는 그때 비로소 배웠던 것입니다.

keyword
월, 화, 목, 금, 토 연재
이전 17화다시 피어난 얼굴, 다시 살아난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