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 치료를 위해 제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던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별다른 말씀을 안 하셔서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음속에는 짙은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원장님, 약을 오래 먹어도 괜찮을까요? 어디서 보니 한약이 간에 무리를 준다던데요…”
그 질문을 들으며 저는 환자의 마음이 얼마나 오랫동안 흔들려 왔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은 점점 회복되고 있는데도, 잘못 퍼진 소문 하나가 그분을 괜한 걱정 속에 머물게 한 것이지요.
저는 차분히 설명드렸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한의원에서는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간수치, 당화혈색소, 고지혈증 수치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장기 복용을 하신 분들 가운데 간수치가 오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수치가 개선되었습니다. 사실 ‘한약은 간에 무리를 준다’는 말은 누군가의 의도 속에 만들어진 낭설일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대 연구에서도 약인성 간독성 환자의 대부분은 한약이 아니라 양약 때문이었습니다.”
그저 말로만 안심시켜 드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혈액검사를 시행했습니다. 15분 뒤, 결과지를 받아 든 환자분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간수치는 안정적이었고, 당화혈색소와 고지혈증 수치까지 뚜렷하게 좋아져 있었습니다. 그분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두려움 ― ‘이제 곧 양약을 평생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짐 같은 생각 ― 에서 놓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원장님, 이젠 정말 마음이 편해졌어요. 자율신경도 좋아지고, 이런 걱정에서도 해방되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네요.”
그 말속에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가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깊은 감사와 안도를 느꼈습니다. 소문은 불안을 낳지만, 몸은 언제나 진실을 말해줍니다. 눈앞의 수치가 그 증거였습니다. 환자분의 혈액검사 결과표 한 장은 수많은 낭설보다 더 힘 있는 설득이었습니다.
사실 저 자신도 일 년 내내 한약을 복용합니다. 제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누구보다 제 환자들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의사로서, 저는 스스로의 선택을 믿습니다. 한약은 단순히 병을 다스리는 약이 아니라, 불안을 지워주고 삶에 다시 희망을 불어넣는 약이라는 것을 제 몸과 환자의 몸이 함께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진료실에서 결과지를 마주할 때마다 다짐합니다. 환자 한 분 한 분의 몸이 들려주는 이 목소리를 끝까지 귀 기울여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