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신 환자분은 지쳐 보이는 얼굴로 어깨를 부여잡고 계셨습니다.
“원장님, 어깨 안쪽이 너무 아파서 잠을 도통 잘 수가 없어요.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CT까지 찍어봤는데 이상 없다고만 하네요. 도수치료도 열 번이나 받았는데 전혀 달라지질 않아서….”
그분의 말에는 불안과 피로가 가득 묻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어깨 통증이 심할 때는 흉부 깊은 곳까지 불편감이 번져, 심장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가족력과 현재의 스트레스 상황, 전반적인 체력 상태를 함께 살폈습니다. 그리고 깊은 곳에서 원인을 찾았습니다. 이 고통의 주범은 바로 견갑하근(肩甲下筋)이었습니다.
견갑하근은 견갑골 앞쪽 깊은 곳에 자리해 있어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근육입니다. 그래서 치료자에게도, 환자에게도 ‘보이지 않는 통증의 뿌리’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환자분이 밤마다 고통으로 뒤척이고, 수차례 치료에도 개선을 보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저는 약침 치료를 선택했습니다. 일반 침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깊은 위치였지만, 정확히 접근해 약침을 주입하면 혈류가 개선되고 근육 긴장이 풀리면서 통증이 빠르게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치료가 시작되자 환자분은 첫 시술 후에도 “조금 시원하다”는 말을 내비쳤습니다.
약침 치료를 10회 이어갔습니다. 치료가 거듭될수록 환자분의 얼굴빛은 점점 부드러워졌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해 피곤에 지쳐 있던 눈가가 맑아지고, “어제는 오랜만에 숙면을 했습니다”라는 소식을 전해주실 때마다 저 역시 안도했습니다.
마침내 10회의 치료가 끝날 무렵, 환자분은 어깨 통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습니다.
“처음엔 심장에 큰 병이 생긴 줄 알고 너무 두려웠는데, 원장님 덕분에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 말씀 속에는 단순히 통증이 사라진 기쁨만이 아니라, 불안과 두려움에서 해방된 자유가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통증의 근본은 때로 깊숙이 숨어 있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삶을 세심히 살피고, 몸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귀 기울이면, 결국 그 뿌리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환자가 “완전히 나았다”는 말을 전해줄 때, 그 순간은 제게도 큰 보람이자 위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