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네팔, 이집트, 일본에서 했던 네 가지 체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국내의 자전거 길은 이미 어느 정도 다 가 본 나는 드디어 자전거를 해외로 가져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리저리 알아보는 중에 자전거를 비행기로 실어 나가는 것이 생각 외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전거를 가져가서 박스에 포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화물 규정에 따라 오버 차지가 발생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알게 된 곳이 바로 일본의 대마도. 이 곳은 부산에서 배로 이동할 수 있었고, 당연하게도 비행기보다는 훨씬 자전거를 싣는 절차가 간편했다.
금세 도착한 대마도. 부산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가자 남쪽 항구인 이즈하라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실은 부산에서 대마도 오는 것보다 대전에서 부산 가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뒤에 보이는 것은 자전거를 싣고 대마도에 올 수 있는 유일한 배인 오션 플라워호.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우선 식당부터 찾았다. 여행 전에 미리 쓰시마 부산사무소(http://www.tsushima-busan.or.kr/)를 통해 관광지도를 받아왔기 때문에 길 찾기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곧 이즈하라 항의 유명(유일) 쇼핑몰인 티아라를 발견해 모스버거를 먹을까 했으나 동행의 강력한 요청으로 초밥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스물여덟 평생에 먹은 어떤 초밥보다도 맛있는 초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한 접시에 1,000엔이나 하는 오오토로도 한국이었으면 돈 아까워 안 먹었겠지만 여행지에 왔으니 기왕 먹어보자는 기분으로 도전했고 정말 환상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대마도는 거리상 일본보다 한국에 더 가깝다. 하지만 대마도 어디에서도 이 곳이 한국의 문화와 가깝다는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한산하고 깨끗한 도로, 낮고 오래됐지만 깔끔한 건물들, 어쩐지 식당이 늘어서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민가 밖에 보이지 않는 도로변 등 모든 것이 이 곳이 일본임을 느끼게 해 주었다.
대마도는 상쾌했다. 도로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풋풋한 녹색이 있어 안구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지지배배 울리는 새소리는 마치 내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1. 노면이 매끄럽다.
우리나라는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라도 맨홀도 많고 곳곳에 파인 곳이 많은데 대마도에서는 깨진 노면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같은 아스팔트 도로라도 관리하기에 따라 심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2. 운전자들의 매너가 좋다.
우리나라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면 정말 위험하다. 서울부터 추풍령까지 온갖 도시와 시골에서 자전거를 다 타 본 경험으로 말하건대 도시일수록 특히 심하다. 뒤에 붙어서 빵빵 거리는 정도는 예사고 심한 차량은 아예 바짝 옆에 붙어서 추월을 시도한다. "너 도로에 다니자 마라"는 무언의 위협인 것이다.
하지만 대마도의 운전자들은 다르다. 대개는 뒤에 멀리 떨어져서 따라오는 경우가 많고 추월을 할 때는 반대 차선으로 완전히 넘어가다시피 해서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다. 딱 한 번 경적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구불구불한 차선이라 추월이 불가능한 곳에서 화물트럭의 앞에서 달릴 때였다.
3. 자판기가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길로만 따지면 세계 여느 나라에 부족하지 않은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오직 '길'만을 따졌을 때고, 그 주변에 숙박시설이나 식당, 편의점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가를 따져보면 평가는 달라진다. 사대강 자전거길 중 금강과 섬진강은 보급지가 적기로 유명하고, 실제로 섬진강을 세 차례 갔던 나는 그중 두 차례 심한 갈증으로 현기증을 느낀 적이 있다.
대마도에는 마을이 적고 마을이 아닌 곳에는 아예 식당 같은 게 없지만, 도로 주변에 설치된 자판기가 있어 최소한 탈수의 위험은 없다.
4.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위에 대마도의 녹색에 대해 살짝 언급했지만, 대마도를 달리는 2박 3일 내내 정말 푸른 산과 나무가 보이지 않는 곳이 드물었다. 그리고 내내 다양한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마을에서는 종종 보호종으로 지정된 쓰시마 야마네코까지 볼 수 있었다.
라이더라면 알 것이다. 도심에서 달릴 때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시골 경치 좋은 곳에서 달릴 때의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을 말이다.
사실 대마도는 생각보다 대단히 작은 섬이다. 이즈하라항에서 히타카츠항까지는 직선으로 80여 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아서 작정하고 페달을 밟으면 당일치기로도 갈 수 있다(물론 돌아오는 배 시간에 맞추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을 잘 보존하고 오랫동안 관광에 주력해서인지 가볼 만한 곳이 적지 않다. 사진의 에보시 산 전망대도 정말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고, 미우다 해변 역시 연인들의 사진 촬영지 및 데이트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대마도는 멋진 사진을 찍기도 좋은 곳이다. 일단 산 속에서야 어디든 나무가 무성하고, 마을로 들어가도 어촌의 한적한 느낌과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느낌이 합해져 어디든 예뻐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시골에 가도 가드레일이나 논밭, 전봇대 등으로 온전한 사진을 건지기가 힘든데 대마도에서는 전혀 그런 것들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이 정도면 녹색의 일본, 대마도 라이딩에 대해 소감은 거의 다 적은 것 같다. 아래로 대마도 라이딩을 준비하는 방법과 주의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1. 여행 갈 날짜를 정한다.
대마도 라이딩은 보통 2박 3일, 빠르게 보려면 1박 2일, 느긋하게 보고 싶으면 3박 4일로 가면 된다.
2. 오션 플라워호 티켓을 마련한다.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배는 오션 플라워호 뿐이다.
대아고속해운 홈페이지에서 날짜에 따라 땡처리 티켓을 풀긴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원하는 대로 구하기가 어렵다. 그냥 제 값 주고 미리 사놓는 게 마음은 더 편할 것이다.
3. 숙소를 예약한다.
보통 이즈하라항, 히타카츠항에 숙소를 마련하고 그 사이에는 미네에서 많이 숙박한다. 나는 여행사를 통해서 배편과 숙박을 예약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사카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 날은 히타카츠항 근처에 있는 이즈미라는 마을에서 잤다.
4. 상세 일정을 정하고 지도를 확인한다.
사실 큰 도로만 쭉 따라가도 되고 이정표에 영어로 부가 표기되어있기 때문에 이즈하라에서 히타카츠를 가든 반대로 가든 길 잃을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래도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미리 길을 알아서 가면 편하다.
1. 절대로 주행방향을 헷갈리면 안 된다. 일본의 주행방향은 우리와 반대기 때문에 항상 왼쪽 바깥쪽으로 주행해야 한다. 좌회전 우회전에 대해서도 반대기 때문에 좌회전은 행인이 없을 시 진행해도 되지만 우회전은 신호를 받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다.
2. 오가는 배편에 멀미약을 준비하는 게 좋다. 워낙 가깝기도 하고 사람들도 많이 가니까 별생각 없이 갔는데 갈 때는 잔잔하니 잘 갔지만 올 때는 풍랑을 만나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토하는 지옥도를 봐야 했다. 주변에서 토하기 시작하면 소리와 냄새 때문에 원래 멀미에 강한 사람이라도 토를 할 수 있으므로 생고생하지 말고 멀미약 하나 정도는 준비해 가자.
* 이 글은 2016년 4월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