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나는 꿈에 그리던 예능 촬영팀의 카메라 감독(일명 '카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TV 속 화려한 연예인들과 웃음이 터지는 상황 뒤에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숨죽이며 버티는 스태프들의 노고가 있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성기, 나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출연자가 웃을 때 같이 웃을 수 없고, 슬픈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앵글을 유지해야 했다. 야외 취침이라도 하는 날에는 모기 떼와 싸우며 밤새 렌즈를 지켰다. 육체적으로는 극한의 고단함이 밀려왔지만, 내가 찍은 영상이 편집되어 전 국민에게 웃음을 준다는 사실에 짜릿함을 느꼈다. 현장의 생동감,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집요함은 이때 내 몸에 깊이 새겨졌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 가려진 불안정한 미래와 육체적 한계는 서서히 나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