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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수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목표는 인형에 내가 원하는 얼굴을 수놓는 것. 단지 그 뿐이라면 유튜브 영상으로 아우트라인 스티치나 새틴 스티치 정도만 익혀도 될 텐데, 내 손은 입문서로 괜찮아 보이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그래, 슬슬 취미를 늘릴 때가 되었지. 코바늘을 배운 지 4년 정도가 지났고, 반 년을 이어 오던 보컬 레슨도 지난주로 마지막이었다.
사실 프랑스 자수가 아주 낯설지는 않다. 대바늘 배색 뜨기로 책 표지를 만들 때 몽글몽글한 꽃송이를 표현하기 위해 프렌치 노트 스티치를 익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통한 울실을 돗바늘에 꿰어 수놓는 것과 DMC 25번사를 세 가닥만 갈라 5호 바늘로 수놓는 것은 눈의 피로도 면에서 천지차이다.
모든 수예는 어딘가에서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 뜨개질 취미 덕분에 쪽가위와 수성펜은 따로 살 필요가 없었다. 뜨개실을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자수실도 두 타래가 있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자수실을 보빈에 감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우선은 남는 천(은 또 왜 있는 걸까)에 나무를 수놓아 방석이나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