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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괴물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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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로운 Nov 21. 2023

죄책감 받아들이기

아이는 문제없음! 

"지금 잘하고 있는데요?"


아들의 심리검사지를 함께 보면서

상담사는 말했다.


"부모님이 체크하신 검사 결과지에는 회복탄력성이 낮게 나왔지만

제가 살펴보기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들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말에

반은 안도하고

반은 막막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아직도

뭔가 이유가 될만한 것을 찾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이 병 말이다.


며칠 전부터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잦았고

친구에 대해 물으면 좀 속상한 표정이 되어서


'맞구나'

'이렇다 할 친구가 없으니 외롭고 학교가 싫어진 거야'


그래서 그것에 '저항'하는 형태로 증상이 나온 거라 생각하고

심리상담도 받아 봤는데

아니란다.


일단 안도해 본다.

너의 삶이 행복하려거든,

안정된 장소와 편안한 관계가 몹시 중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 주고 싶었는데

특별한 게 없다니 가벼운 손으로 돌아가도 되었다.


하지만

마음의 빈 곳이 있다면 채워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네가 보여주는 형태가

'억압''저항'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그 억압을 가한 대상이

사실 학교가 아니라 '나'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건 알고 있다.

난 괴물엄마니까.




2020년 둘째가 태어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새끼들…

하지만 직장을 놓을 순 없었고

달가워하지 않는 시어머님댁으로

매주 짐을 싸들고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주 5일을 시댁에서 지내며

매일 한 시간 반 거리로 새벽 출근

내 집이 아닌 곳에서는 앉아있어도 편치 않았다

계속된 불면증과 다이어트에도

육아는 최대한 내 몫이 되어야 했다

(그래야 손주 맡기는 죄송함이 덜했다)


나는 그렇게 시들어갔고

매일 지쳐있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안아달라" 는 너의 요청을 밀어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돌봐줄 수밖에 없는 동생이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아가, 엄마도 많이 힘들어서 그랬어


정작 쉼과 상담이 필요한 건 나였던 것 같다.




아이에게 갑작스레 병이 찾아온 것도 그즈음이다.

물론, 독감주사를 맞은 날 첫 이벤트가 있었고

그것이 문제를 일으킨 원인일 거라 추측하지만

다른 내적인 요인도 분명 있었을 거고

그게 '엄마의 사랑 부족' 일 거라는 죄책감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이제 변명하지 않는다.

한참은 여러 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며

내가 아닌 이유를 찾았었다.


맞지 않는 음식, 

짧은 호흡,

소화기 문제,

습도 조절,

숙면과 배변 

그리고 스트레스.




매일 밤 잠들기 전

너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한때 제대로 안아주지 못한 걸 용서해 달라고 속삭이고 싶었는데


공부한 줄 하기 싫어서 울고 불고 

감정 컨트롤이 안된 아빠도 엄마도 아들도 기분 엉망.


역시 육아는 쉽지 않다


=3




[참고]

심리치료사이자 <치유>의 저자 루이스 L. 헤이가 기록한 병의 목록(정신적 원인의 관점)에 따르면

뇌전증은 피해망상 의식, 삶에 대한 거부, 거대한 몸부림을 치는 느낌. 자기 학대에서 온다고 한다.

( 치유 확언 : 나는 삶을 영원하고 기쁜 것으로 보기로 선택한다. 나는 영원하고 기쁘며 평화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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