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식 문제 해결법
새 학기가 밝았다.
이제 조무래기 1학년이 아닌 어엿한 2학년 어린이가 된 것이다.
물론 아직 코찔찔이인 것은 맞다.
세로는 학교를 싫어하지 않는다.
무조건 어린이집보다는 유치원이 좋고 유치원보다는 학교가 좋았다.
그런데 한 가지 (엄마의) 걱정이 있었다.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까?
이 걱정이 시작된 것은 유치원 3년 내내 한 친구만을 열렬히 좋아한 경험에서 비롯된다.
소중한 단짝 친구 시윤이
세로는 3년 내내 시윤이와 붙어 다녔다.
시윤이는 세로를 잘 챙겨주는 다정한 성격의 멋진 친구였다.
아들이 아팠던 그 해 겨울에
의기소침해진 아들을 데리고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
세로는 낯선 환경이 불편한 아이예요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해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마 친구 사귈 때도 오래 살피고 자신에게 다정한 사람을 좋아할 겁니다
"
뭐 대충 이런 결론이었다.
그 생각이 내 머리에 박여서 하나의 잠재의식 또는 편견을 만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일단 친구들에게 편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 것도 맞다
학교에 입학하고 만나는 친척들 마다
"세로야 학교는 재밌어? 친구는 많이 사귀었어??"
하고 물었다
그럴 때면 세로는 우물쭈물, 시원스레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
안 좋은 예감은 늘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친구 필요 없는데.
일 년 내내 우리는 그 질문을 했다
"세로야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
"혼자 놀았는데...?"
상반기 하반기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면 내가 궁금한 건 그 거 하나였다.
"세로는 어떻게 지내나요? 누구와 노나요?"
선생님도 뾰족하게 대답하지 않으셨다
대충 혼자 지내는 게 맞았고
그리고 그게 문제없다는 식이었다
"세로가 문제없다면 문제없지요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그 안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이 더 어려울 수가 있어요"
엄마만 안타까웠더랬다
와글와글 아이들이 떠드는 교실 한편에서
집에서는 하지도 않는 블록을 혼자 만들고 있을 세로가 말이다.
물론 세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느새,
'지금이 편해 이대로가 좋아
이렇게 지내니 아무 문제없는 걸~'
하고 결론 내린 듯했다.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워킹맘+내향형인 내가 엄마무리에 끼지 못한 영향일까?
일찍이 태권도 학원을 보내놓았다면, 이 근처에서 유치원을 다녔다면 달랐을까?
모든 것이 나에게 이유를 묻고 있었다.
초등학교 생활에서는 친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학년 때 아이가 못하면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도와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머리가 뒤엉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이를 붙잡고 틈틈이 이렇게만 말해주었다
"
세로야.
친구가 없는 것도 괜찮아, 그건 아무 문제없어
그런데 친구가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고 좋은 일인 것 같아.
2학년이 되면, 우리 좀 노력해 볼까?
다른 친구가 세로에게 "같이 놀자!" 하고 말하면
지금 내가 하는 게 있고 좀 달갑지 않더라도 처음엔 무조건 "그래 좋아! 하자~" 하고 긍정적으로 답하는 거야
해봤는데 재미없고 맞지 않으면 당연히 더 안 해도 돼
그런데 처음부터 호의에 거절하면 아마 다시는 세로에게 같이 놀자고 하지 않을 거야
그 친구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거든~
엄마가 하는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세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기대와 설렘 속에 2학년을 맞았다.
그리고 이제 3주 차
학교에서 돌아온 세로는 늘 콧노래를 불렀다.
종알종알 "오늘 태권도에서 뭐 했냐면~~~ " 하고 시작하는 그의 하루 일과에
어느샌가 하나 둘 학교 친구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제도 그제도 아이는 혼자가 아님이 분명했다.
아, 다행이다
아들의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다.
감사하고, 감사한 그런 날들이 이어진다.
우리에게 기적 같은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해결법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의 친구관계를 정화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뒤숭숭하고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 때.
정화의 시간이 주어지면 어김없이 나는 내 안의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묻고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파란 병에 담긴 물을 건네며
나쁜 기억, 잘못 저장된 정보들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상상을 했다.
호오포노포노를 처음 들어봤다면
갑자기 이게 무슨 전개인가? 할 수도 있다.
외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나의 잠재의식(1초에 1100만 비트의 정보가 생성되기에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경험한 과거의 기억과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이 만들어 내는 현실임을 알고
그것에 100% 책임을 지고 그 기억(정보)을 삭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제로의 상태, 좋고 나쁨이 없는 완전한 상태가 되어
문제가 사라진다.
못 믿겠다고?
어렵지 않으니 속는 셈 치고 해 보자.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호오포노포노가 말하는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100% 나의 책임이라는 것에는
분명 인정하기 힘든 요소가 있다.
그것을 적용하기 가장 좋은 대상이
바로 자식이 아닌가 싶다.
우리 엄마들은 아이가 아프면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아이가 곤란한 일을 겪으면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 줘야 해' 하고 생각한다
그 모든 일들에 대한 책임을 100% 내가 질 수 있다면
나의 정화만으로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뿐이다.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의 평안을 위해
아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