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atter 첫 번째 이야기.
'stress'를 영어 사전에 찾아보면, 두 번째에 '긴장'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스트레스'와 '긴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죠. '스트레스'는 듣기만 해도 부정적인 기운이 몰려오는 단어라곤 할까.
그래서인지 스트레스라는 표현보다는 '긴장'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합니다. 영어 문장에서는 'relieve stress'라고 표현되는데, 스트레스를 '없애다'가 아닌 '완화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일상에서 스트레스, 즉 긴장감은 없애야 하는 존재가 되어 우리에게 곧장 부담감으로 다가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저는 '스트레스 관리 잘 하는 친구' 라며 부러움을 사기도 합니다. 그저 무엇을 할 때 내가 즐거운지 알고 있으며, 그런 일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인데 말이죠. 어쩌면 사람들은 무언가 거창한 일이 벌어져야지만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야만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 후반부에는 '스트레스 완화 공식'을 소개할 예정인데, 이 공식을 성립시키기 위한 디폴트(default) 값이 존재합니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공간(space)과 좋아하는 일(doing)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간단히 말해서 '나'라는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분명 자신도 모르게 이미 존재하는 것들일 테니. 자신이 인정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너무 사소한 일인 나머지 모른 채로 지나쳐 버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찬찬히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면, 값을 금방 채울 수 있을 겁니다.
R(relieve stress)=S(space) * D(doing)
발신자를 긴장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공식입니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발신자가 말하고자 하는 공간(space)은 사면이 벽으로 둘러쌓인 특정 공간을 말하기 위함이 아니고, 자신이 있는 곳 자체를 의미합니다. 공간에 머물며 하는 일(doing)은 흔히 머리를 부여잡고 해야하는 일(work)이 아닌 그 공간에서 여러분이 행하는 모든 것(doing)을 말하고자 합니다.
내 편지의 수신인들은 레터에 담긴 글을 통해 그들만의 값들을 찾길 바라며, 앞으로 내가 가진 값들을 제안해 볼까 합니다.
이유없이 기분이 꿀꿀한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일단 몸을 움직여 집 밖으로 나옵니다.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특정 공간에 틀어박혀 생각에 심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럴 때 여러분 머릿 속에 떠오르는 공간이 한두개 정도는 있길 바랍니다.
수많은 공간들 중 이번 호에서는 '카페'를 추천해 봅니다. 다만 특정 카페를 추천한다면, 독자들의 취향을 무시해 버린 채 '사색할 때는 이런 카페에 가세요'라고 공간을 정해주는 것 같아 특정 공간을 소개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받고 싶은 수신자라면 @no.matter.letter로 문의해 주세요. 발신자의 사적인 공간을 공유해 줄게요 :)
발신자는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중요하지만, 계산한듯 책상과 의자에 드리우는 햇빛과 그림자, 가끔은 창 밖을 내다보아 사람을 구경할 수 있는 통창이 있는 카페를 좋아합니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면, 생각을 멈추고 주변에 보이는 사물, 사람, 햇빛 등 공간 구석구석을 살피는데,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 보면 다시 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취향에 맞는 카페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공간을 가보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점심 시간에 급히 회사 앞에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는 수신자들을 위해, 1리터짜리 아아를 사서 도서관을 급히 들어가는 수신자들을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보려 합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분위기 좋아보이는 카페를 발견하면 어플 지도에 표시해 놓습니다. 또는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팔로우해 두었다 게시물에 올라온 카페를 찾아 저장해 두기도 합니다. 보통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좋아하는 카페라면 성공확률이 매우 높죠. 그렇게 지도 곳곳에 카페를 표시해 두면, 어딜 가야할지 모를 때 어디든 갈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찾아놓게 되는 것입니다. 별로 가득찬 지도를 보면 괜히 마음이 든든해 집니다.
발신자는 두서없이 끄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머릿 속을 헤집고 다니는 단어를 흰 종이에 연필로 적어봅시다. 그 다음, 단어 하나하나에 꼬리를 그려 생각나는 단어나 문장을 적어 내려갑니다(:꼬리물기식 고민). 예를 들자면, 머릿 속에 돌아다니는 단어 중 '직업' 카테고리가 있다면, 일단 '직업'이라는 단어를 무작정 적어요.
"직업 - 고민하는 이유는? - 안정과 열정 사이의 갈등 - 내 인생에 우선 순위는? - 모르겠다 - 그럼 안정과 열정 중 무엇이 내 인생에 더 중요한 가치인지 고민해 보자"
발신자의 실제 노트에 있던 꼬리물기식 고민을 가지고 왔습니다. '직업'이라는 카테고리에 관련된 고민들이 있었고, 생각보다 그 끝에는 작은 매듭이 있었습니다.
고민은 생각보다 사소한 단어들이 엮이고 엮여 생긴 실타래 같은 것입니다. 실타래 매듭의 끝부분을 찾기 위해서는 작은. 아주 사소한 카테고리부터 파고 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부터 순탄하게 실이 풀리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매듭을 만나기도 할 것입니다. 어떤 매듭을 만날지 모르지만, 결국은 실타래의 끝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머릿 속에 떠오르는 고민이 있다면 일단 종이를 꺼내, *사각거리는 연필을 가져와 두서없이 끄적여 보세요. 실타래 끝에 있는 단어를 찾게 되면 그때부터는 마음이 가벼워질 것입니다.
*연필과 종이를 고집하는 이유: 연필을 사각거리며 내 손으로 머릿 속 단어를 끄집어 내는 것과 타자치며 적는 것은 느낌이 아주 다르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형식없이 적는 데에는 노트북 화면보다 종이가 더 나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손편지를 주고 받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서랍 정리를 하다 구석에서 꾸깃꾸깃 보이는 종이 편지를 열어 한참을 앉아 추억 여행해 본 경험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추억 여행 거리를 선물하는 기분이 좋아 종이 편지를 고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 이 레터가 닿는다면 편지처럼 읽어주길 바랍니다. 나도 여기 가볼까? 이렇게 해보면 기분이 좋아지려나? 이런 가벼운 생각이 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명칭을 레터(letter)로 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발행하는 이 글은 매거진이 아닌 편지(letter)라고 부를 것이며, 독자들이 아닌 수신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나는 발행인(editor)이 아닌 발신자로 남고 싶습니다.
편지를 받은 당신은 이 편지를 기억 속 어딘가 꾸깃꾸깃 넣어 놓아도 좋습니다. 문득 글을 떠올리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며, 글을 읽었던 과거의 나보다 조금은 성장한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했으면 합니다.
From. 설예림/유혜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