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사실 오늘 아침엔 눈 뜨고 싶을 때까지 잠을 청했다. 울리는 알람을 그냥 꺼버리고 자고 싶을 때까지 내리 잔 것이다. 7일 차 정도 되니 가끔은 졸라매던 끈을 풀어주는 것이 오래 즐겁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새롭게 깨닫는다. 사람마다 각자에게 맞는 템포가 있겠지. 누군가의 지침을 성실히 따라가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흐름을 찾아가고 있다.
종이 한 장을 부욱 찢어 모닝 페이지를 써 내려갔다. 오늘의 모닝 페이지 또한 꽤나 산만했고, 집중은 어려웠다. 쓰면서도 뭘 쓰고 있는지 모르겠고, 이게 정말로 내 안에서 나오는 말인지, 그냥 아무 말이나 짓거리고 있는 건지도 헷갈렸다. 다만 모닝 페이지를 마무리해 갈 즈음에는 최선을 다하는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다.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에게 떳떳한 것을 해 나갈 때, 비로소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사실 이 생각은 어떤 상처에서 비롯되었다. 주절주절 이랬고 저랬고 마음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내 마음 어딘가에서는 준 만큼 받지 못해 느낀 억울함이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 그것보다 더 크지는 않더라도 딱 그만큼 만이라도 나는 받고 싶었다. 내가 가진 재능을 인정받고 싶었고 내가 기울인 노력들 또한 누군가 알아주길 원했다. 내가 참았다면 참은 만큼 알아줄 대상이 필요했고, 내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었다면, 딱 그만큼 그 또한 알아주길 바랐다. 굉장히 많은 부분에서 나는 타인의 인정을 바라고 또 바랐다.
모닝 페이지를 하면 할수록 소름 끼치게 삶 곳곳에서 마주하는 나의 모습이다.
인정 욕구.
사실 내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게, 누군가 알아줘야만 존재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데, 나는 내 감정에 누군가의 인정을 바란다. 내 느낌에 누군가의 동의를 구한다. 나는 내 감정이 누군가의 시선을 받기를 바랐다. 어쩌면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쪽에 목적을 두고, 지금 행하는 모든 일을 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렸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힘없는 삶인가, 얼마나 수동적인 삶일까, 얼마나 흔들리는 삶이었을까.
모닝 페이지에 이런 말 저런 말을 써 내려가면서 나는 유쾌하지는 않지만 매번 내 인정 욕구를 마주하고 있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지금 이 순간을 수단이 아닌, 다만 유일한 목적으로서 살아낼 때, 내 삶에 힘이 생기지 않을까? 오늘의 모닝 페이지에서 나는 이런 말 저런 말을 늘어놓다가, 결국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에, 오직 그것에 최선을 다한다면 모두에게 떳떳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떳떳함이야말로 나를 바로설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침에 쓰는 세 쪽 분량의 글은, 어쩌면 매일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의 내게 세 쪽 분량의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은 꼬박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30분 동안은 산만하더라도 오로지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다. 나는 요즘 나에 대해 공부를 하며 나의 속과 친해지고 있는 기분이 든다. 어디에 있는지 몰랐던 나를 기어이 찾아내서, 아니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니? 황당하지만 인사를 잊지 않는 기분.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브런치에 쓰는 이 글들은 내 마음의 밝기를 키워주는 작업을 도와준다. 같은 마음이었대도 아침을 돌아보며 어두운 부분에 빛을 비추어서 나아갈 곳을 제시해보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았으니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것이리라. 나의 사고 회로 이곳저곳에 수없이 많은 타인이 끼어 있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았으니, 이제는 정말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보리라. 그래서 정말로 받기보다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랑받기보다 사랑하고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보다 이해하는, 그런 사람. 어린 내가 프란치스코의 기도문을 보고 꿈꾸던 그런 사람.
나를 알아갈수록 씁쓸함도 따라오지만,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다른 선택을 해 가는 것 같아서 그래도 흡족한 시간들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굉장히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