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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루코 Feb 03. 2022

커다랗고 멋진 나무가 되고 말 거라는 꿈을 꾼다.

10.



당신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스스로 자신을 격려할 때만 또 다른 응원을 받을 수 있다. '창조성'을 살찌우는 근본 요소는 바로 자신을 살찌우는 것이다. 자신을 키워감으로써 창조주와의 교류도 키워갈 수 있다. 부드럽고, 그러나 단호하고 확고하게 행동해야 한다. 주위에 불가침의 경계선을 긋고 스스로에게 신념을 가져야 한다. 당신은 잘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사실이 그러니까. (그렇게 되면) 스스로 창조의 통로가 되는 과정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결과를 좌우하려는 욕구는 두 손 들고 물러날 것이다. 창조성을 갈고닦는 즐거움도 발견하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 관심을 쏟게 될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 p.97-99 중에서



성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매번 성공에 대한 정의가 바뀌곤 하지만, 오늘의 나에게 성공은, 정말 크고 멋진 나무가 되는 것이다. (이 또한 비유에 불과하지만) 늘 묘목 정도에 만족하곤 했던 나의 세상에 커다란 나무를 꿈꾸게 된 것,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고 희망하는 것은 어쩐지 낯설고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내 안 어딘가에서는 명확히 말하고 있다. 아주 커다랗고 멋있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그런 나무가 되고 말 거라고. 여름에는 푸릇한 잎을 피워내고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이 쉴 수 있게 되고, 겨울에는 그 잎을 다 떨구어 흙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돌아가겠다고. 그렇게 자연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타고 다음 해에는 조금 더 자라 있겠다고. 그런- 아주 건강한 나무가 되겠다고. 나는 그런 성공을 하겠다고. 꼭 그러고야 말겠다고. 보란 듯이 그렇게 되리라고.  


성공하려면, 그렇게 크고 건강한 나무가 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나는 뭘 해야 하지? 나는 문득 빛을 감당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삶이 전부 과정이라면, 지금은 꽤 긴 터널을 지나는 시기가 아닐까? 나무라면 아직 땅 밖은 구경도 못한, 씨앗이 발아해서 꼬물꼬물 흙 밖으로 고개를 내밀랑 말랑하는, 그 정도의 시기가 아닐까? 지금의 나에게 땅 속은 더 이상 그 자체만으로는 힘겹지 않다. 어두운 터널이 마치 내 '상태'가 되어버린 것인지, 지금보다 더 어두운 터널이 조금 더 길어진다고 내 삶이 더 고통스러워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빛 한줄기 없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고 어디쯤으로 발을 내디뎌야 넘어지지 않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 터널 안에 없어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감각을 이 안에서 스스로 익혀왔다. 넘어지면서, 다치면서, 상처 입으면서, 그리고 아주 좋은 동료들을 만나면서, 그렇게 회복하면서, 이 과정을 몇 번씩 반복하면서. 이것은 나의 자부심이고 이 시기 안에서 충실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휘청일지언정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나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앞을 향해 걸었다. 나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싹을 내게 된다면, 그래서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아, 이 생각을 하니 나는 자신이 없어지고 말았다. 어쩌면 빛을 감당할 힘 따위는 키워본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빛에 나를 고스란히 두고 그 빛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마치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가 처음 뒤집기를 하듯, 최초의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가 첫 뒤집기를 하듯, 처음 두 팔다리를 이용해서 기어가듯, 그러다 두 팔다리에 더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켜 서듯, 그리고 제 두 발로 아장아장 걸음을 내딛듯, 그렇게 온 힘을 다해서 나아가지 않으면, 나는 빛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인고의 시간을 견디다가 싹이 되었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흙 안에서와는 또 다른 새로운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난생처음 내리는 비바람이 온몸을 강타할 것이고, 추위와 더위를 제 몸으로 견뎌야 할 것이다. 빛을 향해 자신을 키우지 않으면 다른 잎에 가려져 도태될 것이고, 자연 속에서 도태는 곧 죽음이다. 크고 강한 나무가 되고 싶은 나는 도태될 수 없다.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버티는 것보다 더 강력한 에너지로 나를 키워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 각오는 해본 적이 없는데, 성공이라는 단어를 마음 안에 품은 나는, 부디 내가 내게 주어진 빛과 어둠을 피하지 않고 고스란히 감당해내길 바라본다. 빛을 만났다고, 새 세상을 보게 되었다고, 그 세상이 너무 낯설다고 눈 감아버리지 않고, 뒷걸음질 치지도 않고, 풀 죽어 눈치 보지도 말고. 그저 주어진 모든 것에 손을 내밀면서 '잘 지내보자' 하고 싶다. 먼저 뻗어간 사람에게는 도움을 구하고, 나아가기 위해 잘라내야 할 것들은 아프더라도 잘라내면서, 제대로 가지치기를 해 가면서, 그리고 언제나 조용히 신께 감사 기도를 드리면서. 나는 꼭 성공할 것이다. 꼭 크고 강한, 아주 멋진 나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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