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진심을 다해 읽어 주었는데, 진심으로 느껴주었는데, 나는 그 글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돌아보며 순간 무서워졌다. 그 글에 거짓은 혹시 없었을까. 만일 내가 거기에 온전히 진심만을 담지 못했다면, 그것은 일종의 사기가 아닐까. 누군가는 생각이 많다며, 별 생각을 다 한다고 하려나. 하지만 나는 또 나인지라 몹시 불안해졌다. 혹시 누군가에게 닿고 싶은 욕심에 약간의 거짓이 보태졌다면, 약간의 과장이 있었다면, 아니, 포장이 있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만은 그 글을 숨기고 싶어질 것만 같다. 제대로 봐주려는 사람을 아주 조금도 기만하고 싶지 않다.
2. 그렇다면 결국에 나는 내가 떳떳할 수 있는 글만을 써야겠다고. 그 글에는 거짓은 조금도 보태지 않겠다고.
3. 힘을 빼는 연습을 한다. 매일 아침 기록하는 세 쪽의 (사실 두 쪽의) 상념들이 묵은 생각을 씻겨주는 통로가 되기를. 쥐고 있던 힘을 놓는 시간이 되기를. 하지만, 힘을 빼고 싶다는 태도가 타협과 동의어가 되지 않도록 정신은 바르게 갖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