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루코 Feb 15. 2022

잡다한 기록 22

22


/ 매일매일 브런치에 무언가를 써 내려간다는 것이 어쩌면 조금 부담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거의 비슷한 일상이라 늘 같은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 할 말을 고르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매번 내밀한 감정만을 줄기차게 써 내려가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 같은데. 글감 노트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던 아침이었다. 그래도 무조건 100일간은 쓰기를 멈추지 않겠노라 다짐했으니 어떤 형태로든 우선은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가 보기로 결심했다. 누군가가 읽고 싶은 글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 시간을 촘촘히 기록해두겠노라 다짐해 본다. 주의 :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 오늘은 작년 한 해 동안 함께 글을 썼던 친구를 만났다. 그녀를 만나서 나는 주구장창 아티스트 웨이와 모닝 페이지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어쩌면 사이비 종교에 홀딱 빠진 사람처럼. 중간중간 중요 포인트(?)를 말할 때 갑자기 햇살이 내 쪽을 향해 비추어서 고등학생처럼 깔깔 웃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를 했음에도 이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들어주어 고맙다는 생각을 품으며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하늘은 참 오묘한 빛이었다. 어스름한 보랏빛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서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시간여행을 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잔뜩 상상하며 그들의 현재를 상상했다. 모두 건강해야 할 텐데. 참 아름다운 과거 속에 그들을 다시 묻고는, 오늘이 곧 과거가 될 거라는 게 신기했다. 모든 순간은 잡을 수 없이 앞으로 앞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그림자가 너무 예쁘게 지던 시간이 있었다. 황급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사주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나니 그림자가 사라졌다. 정말 정말 어여쁜 건 찰나에 존재하는가 보다 생각도 들었다.


/ 앞으로 모닝 페이지에는 희망과 노력할 것들, 행동으로 옮길 것들에 대해서도 적어보겠노라 다짐했던 아침이었다. 


/ 오디션 영상을 제출해야 해서 열심히 찍어보았다. 연기하는 건 재밌지만 오디션 영상을 찍는 건 사실 노잼이다. 실제 파트너도 아니고 심지어 대면도 아니고 비대면이면 내가 끝내는 시점이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마감 기한까지 무한정 반복해서 찍어댈 수 있기 때문에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이럴 땐 전적으로 끝내는 시점은 내게 달렸는데, 혹시 더 해볼 것이 남아있지 않은가? 정말 이게 나의 최선인가? 검열을 하다 보면 끝낼 수가 없다. 오늘도 역시나, 이게 내 최선은 아니었던 것 같아서 내일 아침에 한 차례 더 찍어볼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반드시 다시 연결되어야만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