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골 일기

열 번째 일기 : 난 소석교를 믿었다!!

by 꿈꾸는작가 윤효재
여러분들은 뭘 믿으시나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통일교? 아님, 그냥 도를 믿으십니까?

소석교를 철저히 믿지요.

사이비?

아닙니다. 우리동네 다리였지요.

난 이 다리가 없으면 학교도 집에도 못갔답니다.

이 다리가 있어야 옆동네 점빵에 가서 맛있는 불량 꽈자도 사먹고, 지나가는 차들도 보고 오락실도 가고 엄마 심부름도 다녀왔지요.

이거 우리 동네 다리 절대 아닙니다.


이것도 아닙니다.
설마! 이건 더더욱 아니죠.

그래서 옆동네 아이들은 우리 마을을 보고 섬마을이라 놀려댔습니다.

"어이! 섬마을!!" 얕잡아보는 저 말투가 정말 싫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섬마을이었습니다.'

요정도가 우리 동네 다리와 비슷!

우리 동네 다리는 일반 버스가 지나가기 힘든 작은 다리였습니다. 물론 버스가 지나갈 일도 없었지만..

높이도 별로 높지 않아서 여름철 비가 많이 오면 꼭 몇 번씩은 넘쳤습니다. 넘치는 날은 나쁜 소식인 것 같지만 좋은 소식도 있었습니다.


학교 가기전 이른 아침에 넘치면 마을 회관에서 이장님이 방송을 하십니다.

"아,아, 소석마을 학생 여러분! 지금 다리가 넘쳐서 학교에 등교하지 못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앗싸라비아!!' 우린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좋아라 했습니다.

학교에 갔는데 넘쳐버리면 빨리 귀가하라고 학교에서 집으로 보내줬죠. 그때는 다른 마을 다리를 삥 돌아서 집으로 왔습니다.

우리들은 좋았지만 마을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소석교 다리 증축 공사를 했습니다. 더 높고 더 넓게 지은 것입니다.

엄청 자랑스러웠습니다.

이젠 라이벌 옆동네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인자(이제) 우리 동네 다리는 더 이상 소석교가 아이다!. '소석대교'다!!"

"푸하하하!!" 예상된 적들의 웃음소리.


큰 버스도 지나갈 수 있어 동네에서 단체 온천 관광을 가면 버스가 마을까지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다리를 건너서 버스를 타는 일은 없었습니다.

비가 많이 와도 넘치는 일이 없어서 마을에는 좋은 일이었습니다. 어차피 그땐 나도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뒤라 다리가 넘쳐도 학교에 안 가는 일과는 무관했지요.


그러던 몇 년 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엄청난 폭우로 그 크고 튼튼하던 '소석대교'가 물에 잠기다 못해 무너져버린 것이었습니다. 몇 십 년 동안 끄덕 없었는데 얼마나 폭우가 심했던지 고향 양산이 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정도였습니다.

"아, 이럴수가!!" 고향 양산에 갔을땐 처참했습니다. 폭우로 강물이 다리밑을 파고들어 지지하던 시멘트와 흙이 깎이고 다리는 구부러져 있었죠.

근데 더 어이없는 건 몇 개월 내에 다시 공사할 줄 알았는데 2년 정도 걸려서 복구가 되더군요.

' 양산이 예산이 없는 지역이 아닌데..'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상을 입은 '소석대교'를 보는 순간 위대하신 '소석대교님'이 가여웠습니다. 다리에 대한 모든 믿음이 깨져버린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지으면서 이번엔 도로를 더 높여서 지었더군요. 아마 절대 넘칠 일 없이 지은 것 같았습니다.

이런 다리였으면 좋았겠지요.

이렇게 두 번의 아픔을 겪으며 재탄생한 다리!!

우리의 위대하신 소석대교가 끝까지 영원하길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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