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면접

by 수박씨

사내공모의 진행이 드디어 재개됐다. 1차만 두 달여 기다렸다. 코로나가 잠잠해지지 않아 결국은 화상으로 진행된 면접. 모바일로 하는 건지, 노트북으로 하는 건지부터 헷갈렸다. 방법을 보니 모바일인데, 모바일로 10명 이상이 모여 다대다 면접이 가능하다고? 어떻게 진행될지 상상이 안됐다. 노트북으로 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모바일로 미팅에 참여했다. 마이크를 켜고, 카메라를 켜고, 한 명씩 테스트를 시작했다. 정말 이렇게도 면접을 볼 수 있구나! 필기시험 때도 놀라웠지만, 면접은 더 신선했다. 면접자는 각 휴대폰을 사용하고, 심사위원은 한 명씩 차례로 휴대폰을 옮겨가며 질문했다. 터뷰를 하는 도중 외부차단을 해놓지 않은 나는 면접 후 만나야 할 대출상담사 전화를 끄느냐고 미팅장을 몇 차례 들락날락했다. (이상하게 전화를 거절하고 나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런 사건사고에도 무사히 면접은 진행되었다.


매장직 공모였으나 본사 직무가 가능한 인재를 뽑는다고 했다. 질문은 날카로웠다. 2명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매장일을 하고 있던 직원들이기에, 그분들에게는 좀 더 구체적인 성과나 계획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공통적 질문은 본사에 가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지 이유와 함께 설명하라, 오프라인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향후 5년간 집중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게 있는가 등의 질문이었는데, 추운 건지 긴장한 건지 초반에는 바들바들 떨며 대답했다. 그건 다른 면접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면접자이지만 누가 인상이 좋은지, 똑 부러지게 잘 대답했는지, 엉뚱한 얘기만 하고 있는지 다 보였다. 보면서도 나 역시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져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헤맸다. 싱어게인 이승윤처럼 멋지게 말하고 싶었는데..


나중에는 우리 조에게 이런 말도 하셨다.


다른 조에서는 이런 말 안 했는데, 여러분들에게 어느 강점이 있어 어디에서 일할 수 있을지 발견하는 자리인데, 그런 게 보이지 않아서 계속 질문하는 거예요.


두둥.


면접 경험이 많지 않아서, 집에 오고 보니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 저 말은 왜 안 했지, 그 말은 뭐하러 한 거야. 면접관은 왜 나에게만 그런 질문을 했을까, 혹시 합격인가? 근데 저 면접관에겐 너무 이상한 말만 했잖아.. 떨어진 것 같아..


떨어지면, 더 이상의 사내공모는 지원하지 못할 것 같고, 회사에 대한 상처도 클 것 같았다. 붙으면, 주말근무와 오후근 무시 아이들을 어떻게 케어해야 하나, 어머님한테 다 부탁드려도 괜찮을까, 주말 도우미를 써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로 잠을 뒤척인다. 결과 나오면 걱정해도 되는데, 꼭 이런다.


마지막에 인사팀장님이 화상면접에 대한 소감을 물었었다. 다들 만나지 못해 아쉽고 더 떨렸다고 했는데, 나는 신선하다고 답했다. 그게 사실이었고, 내가 어디 가서 화상면접을 해보겠나 싶었다. 면접이란 것이 현재 내 위치를 알기에는 더없이 좋은 관문이고, 여실하게 나의 부족함을 목격하고 한없이 작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잘했다고 토닥여주고 싶다. 두 번 면접보고 싶진 않지만,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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