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은 남지만 이제는 떠나보낸다.

사내공모의 탈락.

by 수박씨

면접을 보고 합격 당락은 빨리 결과가 나오는 편이다. 합격자는 전화로 가장 먼저 알려준다. 면접을 보고 휴일이 지나고 출근길에, 빠르면 오늘도 결과가 나오겠거니 하며 길을 나섰다. 수십 번 메일을 들락날락, 부재 전화가 없는지 들었다 놨다, 결국 퇴근길에 인사팀에 전화했다. 결과가 혹시 나왔는지. 지금 정리해서 보고할 거고, 빠르면 내일 나온다고 했다. 작년에도 무작정 기다리다 이미 결과가 다 나왔던 전적이 있어, 마냥 기다리기 싫어 인사과에 바로 전화해 물었다.


내일이 되었다. 두 아이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처음 입소하게 되어 아침부터 준비하느냐 정신이 없었다. 이 날 등 하원만 세 번을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휴대폰으로 회사 메일을 새로고침 해가며 수시로 확인하고, 전화기를 열었다 닫았다 했다. 오후가 늦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다. 또 인사과에 전회하긴 민망해, 담당 과장님께 문자를 넣었다. 결과가 나온 거냐고. 오늘 중 메일로 공지된다고 했다.


실시간 메일 새로고침. 드디어 메일에 1이 보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합격일까, 불합격일까.


불합격이다. 필기시험은 30점 만점에 27점이었으나, 면접점수는 30점 만점에 15.6. 1그룹에서 3그룹으로 나뉘었고, 나는 2그룹에 속했다. 공통역량은 우수하나 직무역량 향상을 위해 현직무에서 지속적인 성과창출이 기대되는 자, 란다. 망할. 그냥 니 자리에 만족해, 라는 메시지였다. 시험 결과는 면접이 다였다. 허무했다. 자신감도 바닥을 쳤다. 퇴사하고 싶었다. 내 나이 마흔이고, 이젠 나의 미래를 기대하는 이가 없다. 지금까지 해온 성과가 나의 전부였다. 회사의 마음을 알아버려, 회사에서의 나의 미래가, 낙심됐다. 앞으론 어떻게 지내야 하지. 난 뭘 해야 하지.


다시는 지원하지 않겠다, 사내공모.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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