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더 번다는 것

by 수박씨

단축근무가 끝났다.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여러모로 돈도 필요한 상황+연장하기도 눈치아닌 눈치가 보여 일단은 정상근무로 복귀했다. 6시에 퇴근하고 보니 체력적인 것 보다도, 아이들과 교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아이들도 나도 못내 아쉽다. 엄마를 이렇게 찾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상근무를 한다고 생각하니, 몇십만원 더 받을 급여로 무얼 할까 계산하게 된다. 아이들 학원을 더 보내볼까, 둘째도 유치원을 보낼까, 방문 학습지를 해볼까 고민 중이다. 어린 아이들이 놀게 두지 왜 학원이나 학습지를 하냐던 나의 젊을 적 소신은 온데간데 없다. 사실 무엇을 배우는게 목적이 아니라, 늦은 퇴근시간까지 아이들이 핸드폰이나 ,TV로 시간을 보내게 할 순 없는, 워킹맘의 현실이다.


돈을 더 번다는 건, 돈을 더 쓰기 위한 것이었다.

아이들 교육을 하나라도 더 하게되고,

머리나 의상, 화장품 따위의 나를 꾸미는 일을 더 할것이고,

차를 산다든지, 부모님 용돈을 더 드린다든지, 각종 지출목록이 늘어나는 것이다.


작년 남편의 직장 동료가 다른 회사로 옮겼다가, 그 곳에서 퇴직을 당했다는 소식을 얼마 전 접했다. 그 와이프와 친하게 진했던 터라 안부를 묻던 중, 남편이 실직한 상태이고 본인도 무직이나, 렇게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다며,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생활 중이고, 평안하다고 답했다.( 물론, 힘든 시간을 거쳐 평안에 도달한 것이다.) 그녀는 군인이었고, 남편을 보필하기 위해 그만두었으나, 현재는 상황이 도와주는 관계로 재취업을 위해 5급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다. 특채가 있다고 하니,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어쨌거나, 돈이 없는 삶은 시간을 더해주긴 한다. 단축근무를 선택하는 엄마들도, 돈을 적게 벌더라도 아이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한 것이니까. 따지고보면 나가서 버는 돈만큼, 나가기 위해 쓰는 돈이 많아서, 안나가는게 이득이 아니겠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워킹맘인 이유는 엄마가 아닌 '나'로 사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과, 아이들이 커서 일하려고 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버티고 다니는 것이다.


그럴 듯한 인생이 되려 애쓰는 것도 결국 이와 비슷한 풍경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이왕 태어났는데 저건 한번 타봐야겠지, 여기까지 살았는데... 저 정도는 해봐야겠지, 그리고 긴긴 줄을 늘어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버리는 것이다. 삶이 고된 이유는... 어쩌면 유원지의 하루가 고된 이유와 비슷한 게 아닐까, 나는 생각했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


마침 읽고있는 책에 나오는 작가의 생각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지금뿐인 시간을, 이 다음의 행복을 기약하기 위해 고단하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에 잠기고 싶었으나,


이렇게 일 다니는게 맞는걸까?


하는 나의 물음에,


그럼 완전히 맞지!


하는 남편의 단순명료한 대답으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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