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같은 성향 검사를 할 때면, 나는 정적인 활동보다는 변화무쌍한 상황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왔다. 일을 하는 것도 십여년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지겨워 다른 부서에 가고 싶었고, 오늘은 매번 하는 S컬, C컬의 단발머리가 지겨워 미용실에서 변화를 좀 주고싶다, 고 말했더니 디자이너는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 쳐주며, 나의 대왕 사자머리 웨이브가 탄생했다.
내 표정은 구깃구깃해졌고, 디자이너는 어쩔 줄 몰라하며, 예쁜데 마음에 안들어한다고 미안해했다. 예쁘다는게 진심이 아니라고 100프로 믿으며, 구겨진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고, 디자이너가 드라이한 머리도 이리저리 만져보며 내 머리로 어떻게 다듬어야할지 고민했다.
이 언니 곧 C컬하러 오겠네. 미안해서 다른 데 가지말고, 50% D.C 해줄테니 저한테 꼭 와요, 다시 펴줄테니.
나가는 길에 다른 직원들이 나의 구깃한 표정을 보며 거들었다.
어머, 머리 예쁜데 왜요? 요즘 딱 유행하는 펌인데~
이 말도 왜 그렇게 비웃는 듯 느껴지는지. 내가 뭘 모른다는건가? 싶은 맘이 들었다.
그래요? 제가 그럼 노땅인가봐요..
그렇게 집에 들어오니, 나의 토깽이 아가들이 깜짝 놀란다.
엄마, 머리가 왜 라면머리야?
엄마, 머리가 왜 이모머리가 됐어? 큰이모같아. (큰이모는 생머리 숏단발인데 왜 큰이모를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머리가 짧아져서 그런가..;;)
엄마, 이전 엄마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엄마도 그래..그냥 하던 머리 할걸..남편은 한 술 더 떠 선머슴아라고 놀리고, 지켜보던 어머님도 한마디 거드신다. 허허 참 이번 머리는 비기싫으네~~
변화를 원했는데, 막상 변하고 보니 이전이 좋았다. 일도, 머리도 익숙한 것이 지루하긴해도 편하고 좋은 것을, 지나봐야만 안다. 오래할 수 있었던 건, 나에게 딱 알맞기 때문이었는데.
파마한지 3일째.
조금 익숙해졌다.
사자머리 같아서 질끈 묶여있던 머리도, 풀러보았다.
여전히 신경은 쓰이지만, 좀 예뻐보이기도 한다. 하핫.
조금만 길으면 더 나아지겠군, 오랜만에 볶아보길 잘했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직 맘에 드는 것까진 아니지만.
복직한지 1년 6개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전 업무가 편하고 좋았지만, 지금 여기도 이제 좀 익숙해진다. 좋은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2년차 직원이 물었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슬럼프는 없었냐고. 자연스레 답이 나왔다. 있을 뻔 했는데, 휴직하고 다른 부서에 복직하고 나니 그럴 세가 없었노라고. 이직 생각도 없냐고 묻기에, 이 나이에 이직은 이제 아니고, 한다면 퇴직해야죠. ㅎㅎ
이 곳도 이 머리도 익숙해지면, 다시 변화가 필요하겠지? 어떤 변화를 하게 될까? 이제는 정말 퇴직일까? 퇴직하면 뭘 해볼까? 공부방? 대학원 공부?아님 전업작가? 실제의 변화가 생기면 또 이전이 좋았노라고 하겠지만, 이런저런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역시나, 변화무쌍을 좋아하는 성격이 맞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