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나위 없이 좋은 부서이동의 이면에는 언제나처럼 불편한 요소들이 숨어있다. 이번에는 관계다.
나의 동기들은 퇴사했고, 오랫동안 몸담았던 부서도 떠난지 오래고, 고객센터에 맘붙이고 다닌지가 어언 1년 8개월. 2년여 가까운 시간에도 이렇다할 짝꿍이 없이, 뜨내기처럼 일만하고 퇴근한다. 맘맞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 소규모 지향 인물이라, 어느 누구 없이 회사 생활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나는 복귀자들을 눈독 들여 왔었다. 아이도 있고, 경력도 있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들. 그들에게 나는 쉬이 맘을 열었고, 메신져로 오가는 대화 속에 혼자 친하다고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내 기대와 다른 반응 속에 나는 점점 작아져만 갔다. 내가 그렇게 매력없는 사람인가? 인성에 문제가 있나? 왜 이렇게 친해지기가 어려운거지?
가족과 친구에게 얘기하니,
가족들은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으며, 내 직급과 나이가 편할 수는 없다고 했고,
친구는 혹시 내가 모르는 나의 뒷담들이 나쁘게 퍼져있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렇다. 회사에서는 사람이 아무리 좋다한들 일을 너무 못한다거나, 미루는 등의 업무 민폐자들과 가깝게 지내기를 꺼려한다. 내가 그런 사람인가? 누구한테 폐 끼치면서 일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일을 못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외부의 평가는 다른건가? 부서 특성상 서로 욕하고 말고할 자리도 아닌데..관리자도 아닌데 욕할일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스무살 넘은 조카가 이렇게 말했다.
원래 왕따는 본인이 왜 왕따인지 몰라~
나는 은따가 되었다.
밥을 먹을 사람이 없고, 점심에 산책한번 나갈 사람이 없다.
내가 먹자고 하지 않는 이상, 먼저 먹자고 하는 이도 없다.
이렇게 지내는 직원은 사실 많다. 젊은 직원들은 자리에서 밥을 간단히 먹고 개인 생활을 즐긴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맘이 어려울까?
아들이 유치원에서 친구들에게 서운한 얘기를 종종 한다.
6살난 아들은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두어 명 있는데, 이들이 자신과 놀아주지 않을 때 매우 속상해한다.
아들과 엄마가 사회생활을 하는 모양새가 꼭 같다.
이런것도 유전이란 것인가?
이런 아들한테 뭐라고 조언해 줄까?
다른 친구랑도 잘 지내봐라, 혼자서도 재밌는 놀이를 발견해봐라,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선물을 줘볼까? 등의 얘기를 했줬던 것 같다. 그러다 요즘은 나랑 처지가 비슷해서, 그냥 우리 아들 속상하겠네~하고 만다.
속상하지만, 기다려보자. 어떻게 잘 지나가겠지.
오늘은 남편이 점심 같이 먹으러 회사에 온단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