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8

너무 열심히 하면 탈이 나더라

by 수박씨

여러 책들을 읽으며 힘이 나서 일까, 주일 아침 새벽부터 일어나 남편 밥을 차려주고, 기도 관련 책을 읽고, 아이들과 교회일정을 마쳤다. 화장실 청소, 집청소를 하며 첫째와 함께 품앗이 공부하는 친구 손님을 맞았다. 공부 후에는 밥을 먹이고, 쓰레기를 버리고, 또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힘껏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첫째 킥보드의 앞바퀴 나사가 뒹구르르 빠져 버려 어깨에 이고 왔다. 6월에도 7월 한낮 같은 뜨거운 날씨에 땀으로 젖은 아이들 셋을 모아 놓고 샤워를 시켰다. 첫째가 비누칠을 하는데 옆에 둘째가 샤워하면서 물을 튄다고 짜증짜증을 낸다. 그러는 사이 막내가 물컵을 가져온다고 세면대로 손을 뻗다가 그대로 미끄러져 욕조에 목을 부딪혔다. 와 아아 앙- 울고 있는 아이가 괜찮나 들여다보고 있는 사이, 첫째가 욕조 밖으로 뛰쳐나오며 둘째에게 계속 짜증을 내고 있다. 참지 못한 화가 기다렸다는 듯 터져 나왔다.


"적당히 좀 해!!!! 그럴 거면 너 혼자 샤워해! 동생들은 네가 물 튀어도 가만히 있잖아. 같이하면 당연히 물이 튀지 왜 이렇게 짜증이야!!!"


글로 쓰니 현장감이 덜하지만, 악다구니를 썼기 때문에 아이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뿔싸, 또 화를 냈구나. 화를 낸 이후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되어 아이들이 요청하는 것에 다 'no'를 외치며 퇴근 선언을 했다.


다 씻기고 난 후 빨래를 개고 있는데 첫째가 수수께끼를 하잖다. 당연히 오늘은 그만하자고 했다. 이미 저녁 9시였다. 첫째가 볼멘소리를 한다.


"엄마는 자기 할 일을 다 해야 한다고 하면서.."


"엄마가 해야 할 일이 뭔데? 엄마 지금 빨래 개고 있는 거 안 보여? 엄마가 해야 할 일이 너랑 놀아주는 거니? 여태까지 놀고 왔는데? 하루종일 청소하고 밥하고 너희들 씻기고 놀고 이제 빨래 개는데 엄마가 또 할 일이 뭐니? 엄마도 수업준비해야 하는데 할 일 하나도 못하고 있어. 너희들은 (막내도 듣고 있었음) 고마움이 없니? 엄마가 아무것도 하지말고 너희하고만 놀까? 집안은 더러워지고, 입고 싶은 옷 안빨아서 못입고, 밥 못먹어도 괜찮지? 너희들 옷 입고, 밥 먹고 생활하는 데 그냥 되는거 같지? 누군가는 해야 너희들이 다 할 수 있는 일들이야. 그런 것에 대해 고마움을 알기는 하니?"


일장연설이다. 막내가 재빨리 말한다.


"고맙지~~고마운 거 알지~~~"


아이의 속마음은 엄마와 좀 더 놀고 싶은 마음이었을 텐데, 비난으로 받아쳤다. 이론적으로는 알지만 힘든 육체노동 후에는 아이를 받아 줄 정신이 남아있질 않다.


남편이 없을 때면 격하게 흘러넘치는 화. 체력 안배를 잘하지 못했다. 독박육아 하는 날은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자. 더 큰 화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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