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5일 토요일 새벽 한시 십칠 분
출산 이후로 종종 하랑이를 재우다가 초저녁에 잠들곤 한다. 한창 힘들때는 새벽에 잠이 깨도 다시 눈을 감아버리곤 했는데, 이제 좀 살만한지 새벽에 페북을 들여다보다가 이렇게 글도 쓴다.
페북에는 요즘 연예인들이 일반인들처럼 혹은 일반들과 함께 되도록 이질감 없이 노래하는 영상이 인기다. '벚꽃엔딩'의 장범준이 전국 투어 버스킹을 실시간 중계하는 것이 그랬고, 포장마차에 얼큰하게 취한 존박과 권진언이 기타치며 부른 노래 영상이 그랬다. 이 새벽에 포장마차 영상을 보고 있노라니, 결혼하기 전 '비새'모임이 생각났다. 모임이라봤자 지독히도 외로웠던 이십대 끝무렵의 세 명의 친구들이었다. '비새'는 '비오는 새벽'의 준말인데, 비오는 날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잘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목청껏 노래부르며 자유를 만끽하곤 했다. 와인 한 병 사들고 시청 광장에 앉아 별것 아닌걸로 깔깔대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비새'모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여름밤은 이야기와 시원함과 외로운 자유가 있는 선물같은 거였다. 비록 술도, 맨날 똑같이 되풀이되는 이야기도 지겨워질때쯤, 각자의 결혼으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지금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걸까. 축 늘어진 뱃살과 헝크러진 머리, 피곤에 찌든 얼굴까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그 때의 자유와 대체할만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지 반문한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 버리는 거야.
그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 버리는 거야.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누군가처럼 음악을 배워 멋드러지게 노래하며 이 여름을 즐겨볼까
누군가처럼 아이에게 멋진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기부를 해볼까
누군가처럼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세상 구석구석을 찾아가볼까
나는,
여름밤의 선물을 만끽하고 싶다.
사랑스런 아이와 듬직한 남편과 함께 낭만있는 삶을 살고싶다.
이곳저곳 맛있고 멋있는 곳을 탐닉해보고
나와 남편과 아이의 재능이 필요한 어딘가, 누군가와 나누며 살고 싶다.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싶고,
이루지못한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기뻐하고 싶다.
중요한건,
그런 삶은, 누가 해주거나 거저 되는것이 아니라,
지금 처해진 상황에 갇히지 말 것.
이 상황에서 최선의 것을 찾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