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박씨 May 03. 2024

살을 깎고 뼈를 갈아야..

엄마 되기의 어려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딸은 3월 한 달 내내 지각했다. 8시에 일어나든, 7시 반에 일어나든, 9시가 다되어서 집 밖을 나섰다. 꾸역꾸역 보내고 있는데,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 하이톡 메시지가 왔다. 잠깐 통화되냐고..


연년생이어서 작년 꼭 이맘때 이제 2학년이 된 아들의 담임선생님도 전화를 주셨었다. 친구와 싸운 일이며, 욕을 하는 거며, 쉬는 시간에 나가는 거며, 내가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키웠나 싶은 말들이 이어져서 눈물로 밤을 지새웠더랬다. 2학년에 되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절대 궁금한 게 있어도 그물처럼 다른 일들이 걸려 들어올까 무서워 잠자코 있는 중이다. 매번 진단고사를 본댔는데, 어떻게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건만..


그런데 이제는 둘째다.

딸아이고 야무져서, 고집이 세긴 해도 밖에 나가서는 잘하는 줄 알았다.

아들보다 더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딸은 선생님이고 아이들이고 상관없이 본인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유치원까지는 그런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는데, 정말이냐고 몇 차례 되물었다. 학원이고 교회고 기관생활을 그렇게나 많이 했는데 안팎 구분 못하고 화를 낸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리고, 그래도 잘 봐주십사 이야기하고 집에 온 아이에게 한바탕 훈육을 해댔다. 말이 훈육이지 아이에게는 잔소리였을 테지만. 


그 후로 다행히도 아파트 단지의 친구들을 제법 사귀어 등교를 같이하게 됐다. 지각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아, 다행이구나 싶을 찰나, 두 번째 전화가 왔다. 담임선생님에게서.


아이는 여전히 화를 낸다고 했다. 보건실에는 하루에 두 번씩은 방문하고, 수업 중에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며, 돌봄에서도 트러블이 자주 있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딸아이를 모두 알 정도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사례 하나하나가 다 집에서 보던 일들이었다. 


마침 막내 유치원 선생님이 둘째의 담임이었기도 했어서 유치원 때의 둘째에 대해 물었다. 고집이 세고, 예민한 구석이 있긴 해도 아무 데서나 소리 지르고 화내지는 않았다고 했다. 교회선생님도 학원 선생님도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그런데 왜, 왜, 왜, 학교에서만 이상 행동을 보이는 걸까?


밤잠을 설쳤다.

엄마는 아이들을 10시간 이상 재우고, 아침밥을 꼭 먹여 보내라고 했다. 

하고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더 열심히 해봐야지 했다. 체력에서 정신력이 나오는 법이니.

오은영 박사님의 방송도 찾아보았다.

둘째는 통제 성향이 강한 아이로 보였다.

잘 키우면 좋은 리더가 될 것이고, 잘못 키우면 독재자가 되어 버린다는.


아이 셋을 독박하면서, 

불을 뿜어내듯 아이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치고 화내던 시절이 있었다. (빈도수는 줄었으나 여전히 그런다.)

나는 아이들에게 화내는 엄마이고, 잔소리하는 엄마다.

아이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나의 영향을 받아 소화하고 있었다.

나의 실수가, 나의 잘못이, 나의 단점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 끔찍하고, 무섭고, 미안했다.

이건 정말, 낳아보지 않고는, 나의 자식이 아니고서는 느끼지 못할 감정이리라. 


뼈를 깎는 고통으로

바뀌어야지 내가.

매일같이 하는 다짐이지만,

좀 더 강렬하게 결심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다. 또다시 그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