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의 부목사 사모로 살면서 받은 은혜가 많다.
아이 셋 키우느냐 고생 많다고 만들어 주시는 반찬에서부터, 각종 커피 쿠폰과 지역 먹거리와 물질적 도움에 이르기까지, 성도님들은 항상 관심 가져 주시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
아마도 적은 월급으로 밤낮없이 교회에서 성도들을 위해 일하는 목사님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모님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힘들게 하는 성도들과 동료들이 한 둘씩은 있었다고 하는데,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정말이지 좋은 분들로 차고 넘치게 채워 주셨다.
그리고 한 해 한 해 그러한 사랑을 받을 때마다,
마음속에는 이 분들을 위해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기도뿐인데... 하는 마음의 빚이 점점 늘어갔다.
한 해 시작은 열심히 성도님들의 기도제목을 적어가며 기도하다가도
그 해 마지막 즈음에는 노트가 텅텅 빈 채 흐지부지되어 있었다.
가족들을 위해서도 정말로 전심으로 기도했었나...
친정에는 믿지 않는 언니네 가정과, 교회는 다니고 있으나 신앙은 차지 않은 제부,
시댁에는 치매 초기를 지나고 계신 아버님과 작은 서방님 식구들이 모두 믿지도 않고, 기독교에 대한 불신이 많다.
다들 우리 가정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고 성품도 좋아 표현은 안 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기가 죽어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은 시댁에서 대표 식기도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맏형이고 목사인데도 불구하고.
나 역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마음과 '어머님은 왜 맏형을 세워주시지 않나'하는 불만이 쌓여만 갔고, 이제는 형식적인 관계로 전락해 버렸다. 회사생활처럼 가족행사 등에는 만나서 각자의 할 일을 할 뿐, 서로의 안부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겉으로는 관심 있는 척했을지는 몰라도.
그런데, 엊그제 새벽 느닷없이 마음 하나가 불쑥 소리쳤다.
"너는 기도할 수 있잖아. 아버님을 위해 매일 기도해 드리고, 성경 한 장씩 읽어드려 봐. 어머님이 자주 연락하길 바랐지만, 너무 짧은 안부만 묻는 게 어색했잖아.
동서에게, 언니에게 기도제목을 물어봐. 교회는 다니지 않아도, 자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데 싫을 사람이 있겠어? 할 수 있는 걸 해 봐. "
마음속에서는 외치고 있는데,
아직까지 실천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이전의 기도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
기도한 이후 실천의 기록들을 또 남겨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