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 수 있는 일, 감사

by 수박씨

별처럼 빛나는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하나 둘도 아니고 우수수 떨어지는 깊은 가을이다. 어느덧 부산에서의 생활도 1년 여가 다 되어가고 있고, 감사의 계절 11월을 맞이하고 보니 올해도 또 감사는커녕 불평과 분노와 후회를 반복하며 살았구나 싶다. 그럼에도 감사한 건, 불평은 많이 줄었다는 것, 행복의 지수가 훨씬 더 높았다는 것이다. 사서로서 지냈던 날도 좋았고 아쉽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가정을 돌보며 미뤄두었던 성경도 읽으며 교제하는 지금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내 내면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어디에서도 좋은 사람을 붙여주셔서 적응이 어렵지 않게, 외롭지 않게 채워주시니 불평 따윈 고이 접어 넣어 두련다.


#1. 오늘은 작년 함께 일했던 선생님한테 생일 축하 메시지와 작은 선물이 카톡으로 도착했다. 다시 볼 사이도 아니고, 학교를 떠난 지도 1년이 다되어 가는데 생일을 챙겨준다는 것에 놀랍고 고마웠다. 나도 그때가 좋은 기억이었는데 그녀도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서로의 오고 가는 믿음과 마음 덕에 사서로 지냈던 2년이 즐겁고 편안했나 보다.


#2. 10년이 넘은 냉장고가 결국은 탈이 나서 할부로 새 냉장고를 구매했다. 올해 초에는 에어컨도 새로 샀다. 당연히 할부다. 첫째의 학원도 태권도를 하고 싶대서 하나 늘었다. 감사의 달이라고 이래저래 감사를 전할 일이 많았다. 결론은 재정이 매우 빈약해졌는데 내 머리도 함께 허술해지는 시점이라 파마가 시급했다. 참다 참다 남편에게 SOS를 쳐서 결국 펌을 했다. 남편이 예쁘게 하라고 등 떠밀어 줘서 감사하다.


#3. 어머님이 총각무와 백김치와 아귀찜을 해서 택배로 부쳤노라고 연락을 주셨다. 잡채도 해서 주고 싶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미안해하셨다. 내일로 다가온 며느리 생일에 맞춰 보내시느냐고 그 무거운 짐들을 수레에 가득 싣고 분주히 걸으셨을 어머님을 생각하니, 이런 어머님이 계시다는 게 새삼 참 감사하다. 연락을 하나 안 하나, 시댁에 들르나 못들 르나 한결같이 먼저 손 내밀어 주시는 어머님, 감사합니다!


사이사이 불평불만, 니 탓 내 탓 왜 없겠냐만은 그 모든 것을 감사로 고백하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잘한 일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