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나나 주식이며 부동산이며 자산을 불리기 위해 공부하고 실습하고 실행하고 있을 때에도, 우리 부부는 그저 저축만 할 뿐이었다. 모을 돈조차 넉넉지 않았지만, 그래도 허리띠를 졸라 매고 매달 20만 원씩 연금저축보험을 부었다. 조금씩 불어나는 숫자를 보며 흐뭇해하곤 했다. 이 돈은 노후자금으로, 60세까지 납입한 뒤 20년 동안 연금으로 받을 계획이었다.
여태껏 붓기만 했지, 정확히 얼마나 모였는지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런데 외벌이가 되고 생활비가 조금씩 빠듯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걸 깨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수시로 어플에 들어가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버님의 요양병원 입원으로 시부모님의 병원비와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이 보험을 언제 해지해야 할지 초읽기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이 보험 계약은 파기다.
당장 쓸 돈이 부족했기에 사실은 계약을 해지해 일부는 안전한 주식에 넣고, 일부는 필요한 곳에 사용할 생각이었다. 주식에 ‘주’ 자도 모르면서 동생에게 들은 S&P 500이나 QQQ에 투자해 보겠다고 증권 계좌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웬걸. 신분증을 가지러 가기 귀찮아서 미루다 다시 하려니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고, 전화를 한 통 받고 나니 또 처음으로 돌아갔고, 한참 뒤 다시 시도하니 밤 10시가 넘어 계좌 확인 오류가 났다. ‘이 정도면 하지 말라는 뜻인가?’ 싶을 만큼 일이 번번이 막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너무 아무것도 모른 채 투자를 하려 했던 건 아닐까 싶었다. 그제야 뒤적뒤적 ‘주린이의 ISA 계좌’ 같은 검색어를 치다 잠이 들었다.
갑자기 투자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건 『96%의 사람들이 모르는 다섯 가지 부의 비결』을 읽고 난 뒤였다. 목회자 집안에서 자라고, 목회자인 남편과 살아온 터라 자산을 증식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일은 어딘가 죄처럼 느껴졌다.
‘우리 먹고 쓸 돈만 있으면 되지.’
‘자식들에게 손 벌릴 일만 만들지 말자.’
그런 마음으로 겨우 저축만 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뒤집혔다. 이런 안일함이야말로 주신 것을 땅에 묻어두는 게으름일 수 있고, 자식 세대를 넘어 손주에게까지 유산을 남길 것을 계획하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오병이어를 내놓았을 때 일어났다는 것.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발전시켜 나갈 때 하나님께서 기적을 일으키신다는 말에 마음이 요동쳤다.
요즘 나는 재정의 훈련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돈을 두려워하고, 책임을 피하고,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의 태도를 되돌아본다. 내가 가진 것을 바로 보고, 작은것부터 내어놓을 때 주님이 일하신다는 것을 믿는 연습을 다시 시작한다.
이 훈련의 자리에 나를 세워 주신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