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4인방 친구들은 전염성 질병이 오면 꼭 하나둘씩 옮는다. 우리가 옮긴 적도, 친구에게 옮아온 적도 있다 보니 그냥 가족처럼 당연히 옮는 거다, 하며 매일같이 놀고 있다.
부산에는 머릿니가 여름마다 유행이라 4인방 중 한 명이 옮아와 아찔했었지만, 다행히 아무도 옮지 않고 지나쳤고, 겨울이 되니 독감이 기승이다. 막내가 4인방 중 한 명에게 전염되어 와서 6일을 꼬박 집에 있었다. 열이 39도까지 오르긴 했지만, 해열제 먹으면 아픈 애가 맞나 싶게 컨디션이 좋았다. 먹고, 자고, 영화 보고, 만화책보고, 미리 방학한 듯 신나 보였다. 반면 나는 머리는 안감은채 떡져있고, 김치국물이 튄 티셔츠를 며칠째 입으며, 두문불출 집에서 병시중을 들었다.
드디어 해방의 날!!
이틀 전까지도 열이 올라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학교 가기 전날부터는 정상체온을 찾아 신나게 등교했다. 나도 미뤄왔던 식사약속을 하러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샤워도 하고, 기분 좋게 집을 나섰다. 배불리 먹고 수다 떨고 커피 마시고 집에 와서 낮잠도 자고, 피로가 회복됐다!
그리고 다음 날..
첫째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아.. 시간차 공격이구나.. 모두가 독감에 걸리고 싶어 하는 통에 제대로 격리도 못 시켰는데 어쩐지 아무도 안 걸린다 했더니, 첫째의 두통 소식에 '그럼 그렇지'.. 했다.
첫째는 아프면서도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소원이 이루어진, 참으려 해도 새어 나오는, 기쁨의 미소였다.
괜히 학교를 가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며.. 아이는 기쁨을 만끽하는 듯했다.
그 모습에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방학에도 돌봄 수업이며 방과 후 수업으로 방학 같지도 않은데, 살짝 아픈 통에 푹 쉴 수 있게 된 것이 아이들에게는 쉼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힘들지 않게 아프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셋이 한꺼번에 걸렸으면 집안이 온통 난리였을텐데, 한 명씩 순서대로 아프니 그것도 다행이었다.
오롯이 한 명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나도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조용하게 각자의 좋은 시간을 보내며 지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늘이 주신 면역력으로 살아남은 둘째에게 조금 미안할 지경이었다.
둘째만 따로 방학을 줘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절대 발설하지 않고 혼자만 고민할 생각이다.
언젠가 실현할 날을 기다리며...
다음 날이 되어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당연히 독감일 줄 알았건만 음성 반응이 나왔다.
..... 아닌데?
...... 증상이 막내랑 똑같은데?
독감이 아니라는데, 내 발은 병원을 떠날 수가 없었다. 매우 미심쩍었다. 발열 후 24시간이 지나 검사를 해야 했는데 너무 빨리 왔나 보다...
선생님께 그럼 등교해도 되냐고 하니, 당연히 가도 된다고 했다.
얏호! 가 나오지 않고, 3일 후에 다시 코를 찔러야 하는 (내가 찔리는 건 아니지만... 아이를 설득해야 하는 고통이 내가 찔리는 것만 같달까..)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렇지만 일단 그저 감기라니까.. 약 먹이고 학원을 보내야겠다.
크리스마스 전야제도 가고!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