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독서를 켜놓고 『방해받지 않는 삶』을 완독 했다.
솔직히 말하면,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작한 책이니 듬성듬성,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해, 자신이 지어진 목적에 맞게 살기 위해 방해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라는 메시지다. 작가의 수많은 사례와 조언들은 열정적이었고, 치열했지만 어딘가 나와는 결이 달랐다. 외향형 100% 같은 기질 때문인지 깊은 공감은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덮으며 한 가지 질문은 남았다.
‘나는 왜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의 대부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할까?’
먼저 떠오른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게으름이다.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유튜브를 켠다.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취향 저격 영상들을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 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날 리는 만무하다. 부랴부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또다시 쉼을 찾는다. 방학이 되니 그나마 잠깐의 여유도 사라졌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면 아이들이 하나둘 집으로 돌아온다. 친구들을 좋아하는 아이들 덕분에 집은 늘 붐볐다.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뭐라도 챙겨주다 보면 집중은커녕, 생각조차 이어가기 어렵다. 그래서 더 쉽고, 더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로 손이 간다.
두 번째 이유는 내 글을 가족들이 보는 게 싫다.
글은 나에게 일기와도 같아서,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혹시 시간이 나더라도 아이들이나 남편이 곁에 있으면 노트북을 열지 않는다.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생각만으로도 어딘가 쑥스럽고 부끄럽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흘러가고,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은 머릿속에만 남은 채 하루 속으로 흩어져 버린다.
세 번째는 주식이다.
조금 사보았을 뿐인데, 틈만 나면 주식 영상과 블로그, 계좌를 들락날락한다. 돈의 흐름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되지 않고, 이해되지 않으니 마음은 더 초조해진다. 불안이 일상을 잠식한다. 그동안 해오던 러닝도, 글쓰기도, 독서도 자연스럽게 멈췄다.
그리고 결국 모든 길은 핸드폰으로 통한다.
글쓰기와 독서를 대체하는 거의 모든 활동이 손바닥 안에 있었다. 하루 종일 핸드폰을 놓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으면 언성을 높였다. 친구들과의 끊임없는 카톡, 드라마 정주행, 가족과 지인들의 통화, 각종 콘텐츠들. 방학이 시작된 이후 핸드폰 사용량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쯤 되니 이름 붙일 수 있었다.
‘방해를 엄청 받는 삶’이다.
내가 지어진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그저 삶을 소비하고 싶은 방학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읽은 책 한 권은 방향을 조금 틀어준다. 취향은 아니었지만, 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질문이 생겼다. 방해가 없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침에는 성경 한 장을 읽거나 새벽예배로 하루를 연다.
운동을 하고 상쾌한 몸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함께한 뒤,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 오롯이 나만의 시간에 집중해 글 한 편을 써낸다. 커피 한 잔을 끓이고 달콤한 간식과 함께 짧은 티타임을 가진다.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누군가의 전화나 만남 요청이 오면, 그 이야기 속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저녁에는 다시 가족이 모여 식사를 준비하고, 숙제를 점검하고, 함께 하루를 나눈다. 가정예배 후 잠자리에 든다. 배우고 싶은 운동이나 취미를 하나씩 익히고, 1년에 한 번은 성경을 통독하며 공동체의 성경공부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하루 한 편의 글을 쌓아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완성한다. 화상 글쓰기 수업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학생 수를 조금씩 늘려간다.
동네 아이들과 친구들에게 하루 두 시간 정도의 시간과 먹거리를 내어주며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된다. 1년에 두 번은 아이들과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떠나 기록한다. 내 자녀들과의 글쓰기 수업도 시작해 본다. 깊이 생각하고 나누는 법을 함께 배우며, 그 배움이 수업이 되고, 공동체로 자라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학원이든 도서관이든, 그 안에서 또 다른 연결이 생기기를 소망한다.
건강한 인재들이 자라나고,
나는 그들을 남기고 천국으로 간다.
그렇게 살았다면,
내 삶은 하나님 앞에서 조금은 덜 부끄럽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