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시작점

by 수박씨

교사의 일을 그만둔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간다.
교사라고 해봐야 한우리에서 2년 남짓, 도서관 사서로 또 2년 남짓. 도합 4년의 시간이 전부다. 그럼에도 그것을 경력이라 불러 준 덕분에, 다시 한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것도 ‘화상 수업’으로.


사실 초등학생 수업이라 크게 준비하지는 않았다. 오리엔테이션 정도의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켜 보았는데, 기본만 해내기에도 아이는 벅차 보였다. 5학년 남자아이. 표정도 없고, 반응도 없고, 하기 싫은 티는 200%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한우리 교사 시절에도 무표정한 아이들을 많이 만나 보았고, 그 아이들의 속은 결코 무표정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집 아들 녀석도 4학년이 되니, 다 고 놈이 고 놈이었다. 화상 수업이라는 도구가 낯설어 긴장되긴 했지만, 화면 공유, 화이트보드, 밑줄 긋기 같은 것들을 아들과 미리 테스트해 보며 첫 수업을 기다렸다.


막상 수업에 들어가니 아이는 생각보다 말도 잘하고, 수업에도 협조적으로 참여해 주었다. 하지만 키보드가 없다는 점, 그래서 함께 글을 쓰는 데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점이 곧 난제가 되었다. 게다가 베트남에 있는 아이와의 화상 수업은 버퍼링까지 더해졌다.

여러모로… 땀을 삐질삐질 흘린, 폭망에 가까운 수업이었다.


수업은 신문기사를 요약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함께 읽은 기사는 아이가 충분히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이었지만, 내용에 대한 충분한 토의를 하지 못했기에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지 못했다. 나의 티칭 기량이 아직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게도, 그 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럼에도 감사한 건, 수업을 하며 내 뇌가 충분히 자극되는 기분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더 잘해 보고 싶다는 긴장감과 의지를 다시 내 안에 불어넣어 주었다는 것.

이 또한, 감사할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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