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글쓰기 수업 후기
아이가 고른 소설책으로 두 번째 수업을 했다.
첫 번째 수업보다 도구도 정리되었고, 수업의 방향도 조금은 또렷해졌다. 내 기준에서는 만족스러운 마무리였다. 아이는 연신 하품을 하긴 했지만, 표정은 밝아 보였다.
내 수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교재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엘리하이’에서 볼 수 있는 책 중 아이가 직접 고른 책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어떤 학원이든 수업료에 교재비까지 더해지면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니까. 대신 내가 조금 더 수고한다. 아이가 고른 책을 나도 읽어야 하니, 도서관을 오가며 발품을 판다. 이 정도면 학부모는 남는 장사다.
나는 내가 해온 일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준 적이 거의 없다. 13여 년 북소믈리에로, 상담사로 일하며 좋은 말도 나쁜 말도 들었지만, 유독 안 좋은 말이 더 마음에 남았다. 독서지도사를 할 때에도 무료로도 해주고, 할인도 많이 해주고, 부족한 내 수업을 들어주는 게 감사했다. 늘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었고, 그래서 오래 붙들지 못한 일들이 많았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 목소리는 과연 누구의 것이었을까.
드라마 애청자인 내가 최근에 본 작품은 〈이 사랑 통역 되나요?〉다. 김선호 배우를 좋아해서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완주했다. 드라마는 다소 유치하기도 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었지만, 내게 가장 깊이 남은 것은 멜로가 아니라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주는 무명의 배우였다가 하루아침에 대스타가 된다. 그리고 성공과 함께 망상이 찾아온다. 그녀가 찍었던 호러 영화의 주인공 ‘도라미’가 악담과 저주를 퍼부으며 그녀의 곁을 맴도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줄수록, 긴장하거나 불안해질수록 ‘도라미’는 더 자주, 더 선명하게 등장한다. 극심한 불안 이후에는 자신은 사라지고 망상인 ‘도라미’만이 남는다.
이 모든 사실을 아는 남자 주인공은 ‘도라미’를 밀어내지 않는다. 사랑으로 어르고 달래며, 결국 망상의 '도라미'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다. 그 ‘도라미’는 매일같이 독한 말을 내뱉던, 엄마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나에게도 그런 목소리가 있다.
“넌 부족해. 더 열심히 해야 돼.”
지금도 엄마는 통화할 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이야기한다. 한 번은 울며불며 좋은 점을 말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엄마에게 닿지 않았다. 사랑하니까, 잘되길 바라니까 한다는 말들이 여전히 귓가에 메아리친다.
“충분해. 잘하고 있어.”
이것이 진실이다.
직장 생활을 13년 넘게 하며 아이 셋을 키웠고, 독서지도사로 일할 때에도 학부모 민원 한 번 없었다. 아이들은 나를 잘 따랐다. 특히 글쓰기를 유독 싫어하던 한 남자아이가 떠오른다. 교재대로 수업을 도저히 할 수 없어 동네를 한 바퀴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게임을 하며 영상을 찍기도 했으며, 그 경험을 글로 몇 줄이라도 적도록 했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가며 아이가 지치지 않도록 애썼다. 그 아이와의 수업을 그만둔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참 뒤 그 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생각난다며 수업할 수 있냐고 물었다. 이미 독서지도사를 그만둔 뒤였고, 다시 맡을 용기는 나지 않았지만, 그 아이와의 시간은 오래 남아 있다. 그만큼 수고하고 애썼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때의 나는 "역시 난 안돼. 더는 못하겠어. 가르치는 건 나와 안 맞는 것 같아." 라며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후로도 나는 사서로 성실하고 재미있게 일했고, 평가도 좋았다. 지금 속한 공동체에서도 과하지 않게, 그러나 꾸준히 내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오래 할수록, 더 잘해야 하는 순간이 올수록 내 안의 '도라미'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 지점에서 항상 무너진다. 나와 맞지 않는 것으로 회피한다.
그러니 말해 주어야 한다.
“정말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어.”
내 안의 도라미가 고개를 들 때는,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때다. 내가 한 뼘 성장하는 때다.
나는 그 목소리보다 더 크게 이 말을 외칠 것이다.
“진짜야. 정말 잘하고 있어. 계속해. 괜찮아, 끝까지 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