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일하면서 처음 운 사연

by 수박씨

온실 속 화초였던 걸까. 근 10년여 근무(그중 3년은 육아휴직)하는 동안 일하면서 울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복직 후 처음으로 매니저에게 혼나고 울음을 터뜨렸다.


전화로 고객상담을 한다는 게 워낙 광범위한 질문에 빠르고 정확한 안내를 해야 하는지라, 전화 목소리는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손과 발은 검색하느냐 동동이다.(물론 내가 초짜라서 그렇다) 아직 모르는 게 많기에 두꺼운 프린트 안내물이며, 고객센터 Q&A를 수시로 들락날락하고, 옆 선배들에게 메신저로 재빠르게 물어보며 땀을 뻘뻘 흘린다.


아직 나에게는 단순 재고 문의나 지점 안내 그리고 기타 안내만 콜이 풀려 있지만, 이 기타 문의로 유입되는 질문들을 제어할 수 없어 당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럴 때를 대비해 매니저가 내 콜을 감청하면서 코칭을 하는데, 이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서점 내 중고장터는 타 온라인 제휴몰처럼 사고파는 장을 마련해줄 뿐 거래는 관여하지 않는다. 판매자의 기본 설정은 편의점 택배고 다른 택배사 이용 시에는 개인이 설정하고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 편의점 택배가 문제인데, 판매자가 편의점에서 '쇼핑몰 거래'로 보내지 않고 개인택배로 보내게 되면 구매자가 택배비를 두 번 내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면 우리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전화해 조율을 해야 하는데, 판매자가 초보인 경우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화를 내기가 부지기수다.


이 중고장터 정책이 나 역시 숙지가 덜돼 있을 때 무서운 고객님을 만났는데, 당황한 나를 보고 재빨리 감청을 통해 메신저로 안내 멘트를 적어주는 걸 무시하고( 사실 감청인지 모르고 내가 그 고객이 하는 말을 놓칠까 봐 메신저 따위 보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아는 대로 안내했다가 중간에 막혀버려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호전환 해도 될까요?"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매니저님도 화가 나있었는데, 코칭 무시하고 맘대로 하다가 막히니까 콜을 던진다는 거였다. 자기가 할 일 없어서 여기 있는 거 아니고, 은실 씨 맘대로 말하길래 자긴 감청도 중도 포기했다며..


뭐 딱히 울 일은 아니었는데,

뭐 때문에 눈물이 나는 건지.. 한참을 훌쩍인 거 같다.

매니저도 당황 나도 당황;;


처음 겪는 일인데 이렇게 혼 날일인가도 싶고,

직급은 같은데 꼬박꼬박 -씨라고 불리는 것도 자존심도 상하고, 뭐 쫌 억울했던 거 같다. 감청한다고 말이나 해주던지;;;


그런 나를 옆의 선배가 위로해줬다.

"은실 책임님 울지 마세요. 나중에 생각하면 지금 운 거 창피할 거예요."


창피까진 아닌데, 울 일까진 아니었던 건 맞는 거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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