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걸렸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일들

by 수박씨

고객센터로 복귀 후 이상을 가졌던 한 달,

못해먹을 것 같았던 두어 달,

그리고 지금은 그럭저럭 적응한 6개월.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고 실수 연발이지만, 확실히 깨달은 한 가지가 있다.


처리해 놓고 뭔가 모르게 마음에 걸린다, 싶은 건

반드시 큰일로 돌아온다는 것.


예를 들면,

분홍색 파우치를 받고 싶었던 한 고객은 해당 이벤트 금액과 도서에 맞춰 구매했는데, 사은품 노출이 안되어 문의를 했다. 분홍색 파우치이나 고객이 말한 이벤트 사은품이 아닌 개별 도서 사은품(이것도 분홍색인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이 확인된 나는 분홍색 파우치를 받을 것이다,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고객이 말한 분홍 파우치는 내가 말한 그것이 아니었다. 결국 다른 상담원을 통해 욕설을 퍼부으며 재인입됐고, 내가 다시 상담해주라는 매니저님의 지시가 있었다. 당사 부담 반품으로 마무리되어가던 중, 받은 분홍 파우치는 그냥 쓰고 싶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받았다.


사은품만 받으실 수는 없습니다.


또 이건 정말 큰 건이었는데,

고객이 교환 신청을 한 게 있었고, 홈페이지에서 확인을 하고 싶은데 교환 신청건에 대한 정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해 나는 몇 번을 반복해서 물어봐야 했고, 고객은 짜증이 날대로 나 있는 상태였다. 해당 부분 확인하고 연락하겠노라고 했더니, 본인도 바쁘니 문자로 달라고 했다.


각 팀에는 타 부서에 문의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문의에 대해 지원해주는 경력직원들이 있는데, 나는 그 주임님에게 물어봤고 고객 동의를 얻어 홈페이지에 직접 로그인하여 확인해보겠다고 전하라는 메신저를 받았다. 그 고객이 문자로 연락하라고 했고 동의를 얻기 위해 다시 연락은 힘들 것 같다고 어영부영 대화가 흘렀는데, 그 부분에 대한 명확한 확인 없이 주임님은 그럼 본인이 로그인하겠다고 했다. 나는 고객 동의 못했는데.. 생각했으나 주임님이 확인한다니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알았다고 답하고 고객에게는 안내 문자만 보냈다.


고객님의 오류건 확인 위해 임시 비밀번호 발급하여 확인해보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스템 오류로 확인되었고, 고객께 문자 안내도 드렸다. 다 마무리된 줄 알았다. 그러나...


만만치 않았던 고객은 매니저도 아닌 개인정보 담당자를 소환했고, 개인정보 동의없이 사용한 부분에 대한 문서를 요구했으며, 소송을 걸 거라고 했다.


개인정보는 워낙 민감한 부분이어서 고객 동의 없이 로그인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실수인데,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 지원 주임님과의 소통 부족, 화내는 고객에게 다시 전화 걸어 대화를 시도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 등이 일을 크게 만들어 버렸다.


이 일은 전사적 이슈가 되었고, 나는 개별적 교육을 받았으며, 상담원이 임시 비번을 발급하여 로그인하는 일은 이제는 고객 동의가 있어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고객은 아직까지 소송은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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