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나의 꿈들

by 수박씨


1. 공무원


공무원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대학 때야 아직 물정을 몰랐고, 회사에 입사하고 2년 후쯤, 낮은 급여와 진급체계 등에 대한 불만이 생기던 그때, 퇴사하려면 그때 박차고 나갔어야 했다. 입사 동기 중 하나는 바로 그 시점에 퇴사를 결심하고 대형 출판사에 입사하여 지금은 과장으로 있다.


나 또한 그 시점에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했다. 글도 쓰고 싶었고, 심리상담사도 되고 싶었고,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 싶기도 했다. 실제로 하고 싶은 건 상담일을 하며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 길도 만만치 않고 보장돼 있지 않기에 시험 준비만 하면 공정하게 입사할 수 있는 공무원이 가장 손에 닿는 미래였다.


그러던 차에 국립중앙도서관에 9월 시험이 있다는 공고를 보고 7월부터였나, 급하게 공부한 적도 있다. 전공만 보는 시험이어서 준비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3개월을 그래도 꽤 열심히 했는데, 전체적으로 한 번 정도 강의 들으며 문제 체크하는 데만도 시간이 모자랐다. 결과는 역시나 낙방. 그 뒤로는 깔끔히 접었다. 사실 절박했다면 더 하는 게 맞았다. 3개월 공부하고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 시험도 그저 공부 과정이었던 거지. 그래도 잘리지는 않는 회사가 아직 있기에, 에이 그냥 여기서 얇고 길게 가자, 하는 맘으로 그만두었던 것 같다.


2. 작가


결혼 전에는 글쓰기 수업도 열심히 들었다.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 하나는 내야지 하는 맘으로 교육도 받고 쓰기도 했지만, 글을 쓸수록 내가 뱉어낼 무언가가 별로 없다는 절망감, 삶을 바꾸는 용기도 없는 게으름으로 자신감을 잃었고, 결혼과 맞물려 자연스레 글쓰기는 잊혔다.


3. 심리상담사


결혼하고서는 심리상담 공부를 하고 싶어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 지원해 합격하기도 했다. 돈 십 되는 전형료를 내가며 필기와 면접까지 봐서 합격했는데, 남편이 심리상담학과 나와봤자 지금 자리보다 수입도 적고 안정적이지도 않고 스트레스도 많다는 부정적 의견에 힘입어 입학을 포기했다. 자신감도 없고 귀도 얇은 탓이었다. 이미 공부로 많은 돈을 써봤고, 부질없었다고 느꼈기에, 대학원이 꼭 가야 할 길인가 싶었고, 일단 그때는 접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 낳기 전이 뭐라도 시작하기에 가장 여유로운 때였는데 뭘 그리 고민했는지, 지나고 나니 아쉽다.


여하튼 생각해봤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겉핥기 식으로 지나쳐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원래의 그 자리. 이 자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곳을 살펴서, 이 자리만은 굳건히 지키고 있는 걸까?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하고 싶은 건 있을까? 엄마가 돼도 나의 꿈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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