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랑, 하늘, 하온 엄마.내 이름의 실종.
엄마가 돼서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내 이름 석 자가 불릴 일이 별로 없다는 거다. 엄마들끼리도 ㅇㅇ의 엄마로 불리는 게 다반사고, 나조차도 아들의 친구 이름이 익숙해서 추가적인 엄마의 이름까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여, 친한 엄마들 말고는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교회서도 ㅇㅇ목사님 사모님으로 불리지, 내 이름으로 불린 적이 애석하게도 없다. 허구한 날 가는 교회카페에서는 이름을 달고 외상처럼 나중에 결제하기도 하는데, 맨날 남편 이름으로 먹다가 어느 날 내 이름으로 달아달라 했더니, 대뜸 돌아오는 대답.
'사모님 성함이...?'
'아 제 이름 모르시는구나~이름 말해본 적이 없네요 그러고 보니 하하하'
'호호호 사모님 이름 참 예쁘네요~'
멋쩍은 웃음이 카페에 가득했다.
그래도 아직 내 이름이 유용한 곳, 회사.
회사를 다니면 리프레시되는 부분 중 하나가 오롯이 '나'로 있다는 것이다. 내 아들이나 딸의 존재는 업무와 관계가 없고, 남편도 누구도 상관없이 '내'가 어떻게 일하고, 말하고, 관계하는지만 중요하다. 당연히 이름과 직급이 전부이기에 내 이름은 회사 내에서는 아직 유효하다.
플러스로 고객센터에서의 상담원 이름은 빠뜨려서는 안 되는 주요 사항이다. 칭찬을 하든, 불평을 하든, 상담해준 상담원의 이름이 고객에게는 중요한 정보인 거다. 그런 연유로 고객들은 뭔가 잊어서는 안 되는 문의를 할 때면, 혹은 내가 뭔가 미심쩍어 보이면 어김없이 확인한다.
아가씨 성함은 어떻게 되나요?
상담원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내 이름 석자가, 이곳에서는 참 유용하게도 불린다. 아이 셋을 두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언제까지 다녀야 할까, 라는 궁색한 답변 하나 정도는 될 것 같다. 내 이름의 유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