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에 대한 오해 몇 가지

by 수박씨

1.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것이다.


고객센터의 휴게실은 꽤 좋다. 직원들이 언제든지 쉴 수 있도록 2층 침대와 쇼파가 준비되어 있고, 커피머신과 얼음, 전자레인지 등 쾌적환 환경과 까페테리아, 쉼터를 제공한다. 점심시간에 직원들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자리에서 간단한 종류의 식사를 하거나, 외출을 하곤 하는데, 아예 밥을 포기하고 잠을 청하는 직원들도 꽤나 있다.


복귀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도대체 젊은 친구들이 뭐가 그렇게 피곤할까, 내 몸 하나만 챙기면 되는데...하는 꼰대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변명하자면, 퇴근 후 육아와 살림으로 개인시간 따위 사치인 나에게 회사 생활은 오히려 휴식에 가깝기 때문에, 그 귀한 점심시간에 잠을 자는 건 아깝기만 했다.


7개월차 접어드니, 끼니를 굶지는 않지만 휴게실 침대를 몇 번 이용하게 되었다. 날씨도 한동안 계속 안좋았고, 무엇보다도 눈이 가장 피로했다. 고객과 신경전을 벌이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들여다보다면 눈은 급격히 나빠지고 건조해지고 피로해진다. 잠시라도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데에는 '쉼'이 제일이었다.


2. 덜 똑똑한 사람이 일할 것이다.


아무래도 진입 장벽이 낮은 곳이고, 업무환경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에 대한 생각도 평가절하 되는 부분이 많다. 학력이 낮거나, 경단녀거나,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이 모여있는 곳, 똑똑하지 못한 사람들이 일하는 곳, 이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더러 계신다. 그래서인지 반말을 하고, 하대를 하곤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진입 장벽이 낮은 덕분에 다양한 계층의 직원이 있는 것은 맞다. 학력이 낮을 수도 있지만, 좋은 직원도 꽤 된다. 경단녀도 있지만, 경력단절 없이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미쓰들도 있다. 몸이 불편하거나 외적인 요소들을 갖추지 못한 분들도 있지만, 예쁘고 똑똑한 젊은 친구들도 많다. 능력이 좋은 친구들은 타부서 공모에 뽑혀 이동하기도 하는데, 서비스직이 맞는 친구들은 고객센터를 그리워하며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3. 우울한 분위기일 것이다.


전화를 걸 정도의 고객들은 좋은 일보다는 나쁜일이 다반사여서, 직원들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의 최악의 상태를 상상하곤 했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있지만, 다른 직군에서도 겪는 정도의 스트레스고, 또 요즘은 대부분 고객들이 예의를 갖춰 주시며, 유쾌한 분들도 많다. 몇몇 고객들이 힘들 뿐이다.


4. 단순응대일 것이다.


타부서에 있다가 와서인지 더 실감난 부분인데. 고객센터야말로 회사의 간판이다. 응대 하나로 단골 고객을 만들 수도 있고, 평생의 적을 만들 수도 있다. 모든 이벤트나 서비는 고객센터의 도움없이는 유지되지 어렵고, 직원들은 각 부서의 시스템, 이벤트 등의 업무 지식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타부서에 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전사적 사업을 이 곳에서 전부 접했다. 고객들도 가지각색이어서, 같은 내용도 고객 성향에 맞게 전달해야 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전혀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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