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이지만, 책읽고 쓰고 정보입력하는 비교적 타부서와의 교류가 적은 팀에서 일했기 때문에 나를 아는 사람도, 내가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복귀를 하고보니 본사에 있던 파트장님, 오가며 들르는 본사 직원분들은 모두 나를 알아 보았고, 나역시 대부분 알고 있고 반가웠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줄 알았는데 내가 오래 일하긴 했나보다 싶었다.
그 중 가장 반가웠던 만남은 이전 팀장님과의 조우다. 우리팀 팀장으로 계시다가 회사 인원 감축이 있을 당시 물류직으로 좌천되어 평사원으로 일하셨더랬다. 정장 차림의 팀장님이 갑자기 캐쥬얼 차림으로 작업복 조끼를 입고 다니시는 걸 볼때마다,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그 후 3년간의 휴직으로 잊혀진 상태였는데, 우연히 회사 건물 앞에서 팀장님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 없었다. 부서를 옮겨 광화문으로 오게 되었다고 했고, 점심을 약속했다. 오늘이 그 점심날이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먼저 퇴직을 4년정도 앞두고 있으며, 기계쪽에 관심이 있어 보일러나 에어컨쪽 공부를 해보려 하고 있다고 했다. 퇴직하고 쉬고 싶기도 하나 20년 쉴 수는 없지 않겠냐고, 공부할 포부를 말씀하셨다. 이전 팀장님 중 한 분도 물류직으로 발령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퇴직이 2년 남았으며 물류직에 계속 있겠다 하시어 파주에 남아있다는 소식도 들려주셨다.
결혼 전에는 회사 합숙소에서 살았던 적도 있는데, 임원진이 한분 계셔서 친하게 지냈더랬다. 그 때 했던 말씀이 임원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임원에서 밀리면 그냥 퇴직이다, 라고 씁슬하게 얘기하셨고, 복직 후 어쩌다 살펴보니 촉탁직으로 바뀌어 있었다. 점심 먹으며 팀장님께 물어보니 아마도 퇴사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고 하셨다.
이십대의 나는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고 있고, 그 시절의 팀장님과 임원들은 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세월이 약속하단 말, 나이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간단 말을 실감하며, 왜 그렇게 회사 직책이나 대우에 스트레스 받으며 아등바등했을까 싶었다. 어짜피 퇴직 후를 준비한다면, 좋아하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 것. 오늘 점심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