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다닌 회사의 물류센터, 유통업계의 핵심이라 할 만한, 입사 초기에 교육 프로그램으로 한 번씩 가게 되는 물류센터를 다시금 방문했다. 고객센터에서 가장 많이 받는 항의가 '배송, 발송 지연'이기에 책이 발송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는 일은 꽤나 흥미롭고 도움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시스템이기에 맨날 오발송에 누락에 발송 지연에 책상태는 엉망인 건지, 나도 고객에게 말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우리를 인솔해주기로 한 파트장님의 메신저가 출근하자마자 끔뻑거렸다. 내가 또 뭘 잘못했나, 고객센터에서 일하면서 생긴 피해망상이다. 자리로 와보라는 파트장님에게 가니, 오늘 통솔을 해주라는 지침이다. 신입들끼리 소풍 가는 양 신나서 버스를 타고 슝슝 날아갔다.
4시 전에 도착해도 시간 맞춰 가라는 지시사항에 따라 15분 정도 일찍 도착한 우리는 회사 앞 카페에서 커피 한잔씩 할 요량이었으나, 생각보다 음료는 늦게 나왔고, 때마침 파트장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도 안 갔나요?"
"아 네 버스 대기시간이 길어서. 이제 막 도착했습니다."
괜히 쫄아서는 거짓말이 튀어나왔다. 시간 맞춰 가라고 해서 카페에 잠시 들렀다고, 이제 가겠다고 하면 될 것을. 죄진 것 마냥 초조하여 음료를 받아 들고 (버릴 수도 없어서) 흡입하며 물류센터 담당자를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열감지기로 온도 체크를 하고, 먹던 음료는 내려놓고, 3층까지 돌아가는 물류 시스템을 드디어 목도하는 순간이다.
인수처부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 고객 주문 본, 몇 부 안 되는 책들을 A~D 등급으로 나누어 들였다. 등급은 책의 수량으로 매겨진다고 했다. 고객 안내 시 숱하게 기계 탓을 해왔기에, 대부분의 공정이 기계로 진행되는 줄 알았던 나는, 시작부터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는 걸 보고 깜 짤 놀랐다. 사람이 들여오고 내보내는 데도 고객들이 주장하는 그런 형편없는 책들을 보낸다는 것인가!
각 공정은 자동화 시스템은 맞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화 시스템. 타사는 모두 수작업이라고 했다. 그런데 자동화보다 빨랐다. 기계는 10년 전에 만들어졌고, 10년 동안 쉬지 않고 24시간 일했으며, 코로나 덕분에 이 기계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이 기계를 들일 당시 1일 3만 건의 처리가 가능하다는 자부심으로 국내 1위 업계의 위엄을 자랑했으나, 코로나 이후 5만 건 가까이 된다고 한다.)를 넘겨 일한 관계로 노후가 심각하다고 했다.
거기에 빌어먹을 자동화 시스템은 기계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를 못했다. 고객이 주문을 취소하거나, 기계에 들어간 후 도서 상태 점검을 부탁하면 돌아가는 기계를 멈춰서 책을 빼내야 했고, 그때마다 다른 책들은 이 책들 때문에 대기상태를 겪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발송 지연까지 생길 수 있는 망할 자동화라는 것이다.
기계가 재고를 인지하고 책을 찾는 상태가 '집책'인데, 이 상태는 고객이 주문한 지 얼마가 됐든 상관이 없다. 자동화니까 말 그대로, 재고를 찾아 기계가 돌아가면 그때부터는 시스템 상으로 취소가 안되고, 기계를 끄고 직원이 책을 끄집어내 취소하는 방식이다.
주말에 주문한 지 한 시간도 안됐는데 홈페이지에서 취소도 안되고, 고객센터 연결도 안 되어서 취소를 못했는데, 월요일이 되어 발송은 됐고, 이게 왜 고객 책임이냐고 방방 뛰는 경우가 많은데, 애석하게도 우리 시스템이 그지 같은 탓이고,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판을 짜 보려고 하고 있지만, 불행히 아마도 당분간은 이런 시스템이 지속될 것이다.